SK하이닉스가 올해 72단 3D낸드 기술을 앞세워 기업용 SSD시장을 공략하며 낸드플래시업황 악화의 영향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기업용 SSD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24일 열린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낸드플래시업황을 다소 부정적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분야에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부진했고 모든 제품군에서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며 "올해 수급 불균형으로 소폭의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석처럼 올해 낸드플래시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1분기부터 시작된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 상황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업황이 최근 급격히 나빠진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스마트폰과 PC 판매가 주춤하면서 수요가 줄었는데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은 비슷한 시기에 증설 투자에 나서 공급량을 늘렸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업황 악화를 극복할 무기로 기업용 SSD를 앞세우고 있다. 서버에 적용되는 기업용 SSD는 탑재량과 수익성이 높아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수요 전망도 밝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고객사의 서버 투자가 늘며 기업용 SSD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에 큰 기회"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72단 3D낸드 신기술을 적용한 기업용 SSD가 현재 고객사 인증을 거치고 있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D낸드 기술은 기업용 SSD시장 공략에 핵심 요소다. 고용량 제품일수록 반도체 공정기술에 따른 성능과 원가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절대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64단 3D낸드 기반 기업용 SSD를 공급하기 시작해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25%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기업용 SSD시장 점유율은 4분기에 약 40%로 급증하며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 SK하이닉스의 72단 3D낸드 기반 기업용 SSD. |
SK하이닉스도 예정대로 올해 72단 3D낸드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다면 삼성전자를 뒤쫓아 단기간에 점유율을 크게 늘릴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 경쟁업체가 최근 64단 SSD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고객사에 인증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 수율 확보에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72단 3D낸드 공장을 증설하며 1분기에만 약 4조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출하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셈이다.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 5~6위권에 그쳤다. 삼성전자보다 앞선 72단 3D낸드 기술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선두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용 SSD가 사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전체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