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2017년 말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의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부품회사 현대모비스를 집중 육성하기로 하면서 만도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에 투자 및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만도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기로 하고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만도에게 큰 위기다. 현대차그룹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부품 조달 비율을 늘려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몽원 회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만도는 현재까진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경쟁력이 현대모비스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도는 제네시스 EQ900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고급차를 중심으로 ADAS를 납품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는 대부분 만도의 ADAS를 채택했다. 만도의 ADAS시장 진출이 빨랐고, 현대모비스보다 기술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대기아차에 ADAS를 납품하기 시작했고, ADAS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만도의 입지는 빠른 속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정몽원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만도의 운전대를 잡았다.
만도가 한라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데다 미래차 등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몽원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만도의 미래차 부품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연구개발비를 매출액 대비 6% 이상으로 ‘조금’ 더 높이기로 했다. 만도는 2017년까지 3년 동안 평균 매출의 5%를 연구개발비로 썼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맞서기엔 힘이 달린다. 2017년 현대모비스와 만도의 매출은 각각 35조 원, 6조 원 정도로 차이가 크다.
현대모비스가 만도보다 적극적으로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세우면서 만도를 따라잡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자동차업계는 바라본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의 핵심인 센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2022년까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양산하는 목표를 세웠다.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 차량 ‘M.BILLY(엠빌리)’ 평가를 조만간 미국에서 진행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력 충원 계획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까지 연구개발비를 매출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이렇게 확보한 연구개발비 가운데 절반을 자율주행 선세를 포함한 ICT 분야에 쓰기로 했다. 또 현재 600명 수준인 자율주행 관련 연구 인력도 2021년까지 매년 15%씩 늘린다.
정몽원 회장은 대안으로 해외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현대모비스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도는 전체 매출의 50% 가량이 현대기아차와의 거래에서 나온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로 부품 조달의 축을 옮길 가능성이 커 만도가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