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식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은
양웅철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19일 현대차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연구개발본부에서 양 부회장과 권 부회장 업무영역이 중복돼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양 부회장과 권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동기다. 1954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하지만 양 부회장이 회사에서 빠른 승진으로 상사다.
양 부회장은 연구개발조직을 총괄하고 있고 권 부회장은 연구개발본부장, 연구개발 기획, 인사, 원가 담당을 맡고 있다.
현대차 연구개발분야의 최고 핵심 경영진이 같은 분야의 총괄과 실무 책임자를 나눠맡고 있는 셈이다.
한 연구 조직에 두 명의 부회장이 있으면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의 한 연구직 직원은 “양 부회장과 권 부회장은 직급이 똑같은 부회장이지만 업무영역이 겹친다”며 “서로 방향이 다른 지시가 내려와 연구직 직원들이 혼돈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효율적 동거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함께 해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부회장 수를 줄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형근 전 기아차 부회장, 김해진 전 현대파워텍 부회장이 1월에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7명으로 줄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현대차 부회장들이다.
현대차 부회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너 경영인인
정의선 업무총괄 부회장을 비롯해 김용환 비서실 및 전략기획 담당 부회장,
윤여철 정책개발 및 국내생산 담당 부회장 등으로 각자 고유의 업무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추세로 보면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본부의 2인 부회장체제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내세우면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역량을 키우는 그룹 내 선도 계열사로 키우는 계획을 밝혔다.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가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주요 연구개발 인력을 현대모비스로 모을 수 있는데 양 부회장이나 권 부회장 가운데 한 명이 현대모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을 이끌 수장을 확보하게 되고 양 부회장과 권 부회장의 업무영역이 겹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가운데 권 부회장이 현대정공 출신이었던 만큼 현대모비스로 이동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권 부회장은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1996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양 부회장은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개발센터에서 일하다 2004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전자개발센터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