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지 않고 사서 키운다.’
양원석 지트리비앤티 대표이사의 신약 개발 전략이다.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실패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 들인 '양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인데 신약 허가까지 관문이 몇개 남지 않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트리비앤티의 미국 자회사 리젠트리는 최근 RGN-259와 관련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와 협의를 마치고 올해 추가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리젠트리는 지난해 11월 미국 2차 임상3상을 끝내고 이번에 미국 식품의약국과 임상 결과와 신약 승인 계획 등을 논의했다.
리젠트리는 RGN-259 개발을 위해 지트리비앤티가 미국 신약개발기업 리젠알엑스와 만든 합작사다. RGN-259의 북미 판권을 가지고 있으며 역시 양 대표가 CEO를 맡고 있다. 현재 지트리비앤티가 지분 58%를 들고 있는데 RGN-259의 신약 허가를 받으면 지분을 75%까지 확대할 수 있다.
양 대표는 16일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식품의약국이 효능을 더 많은 환자들을 상대로 확인하기 위해 추가임상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앞선 임상들에서 나온 안정성 데이터들은 모두 인정했다”며 “제품제조 및 품질과 관련한 자료 역시 충분하다고 협의한 만큼 신약 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기 위한 비임상자료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추가 임상으로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던 대형 제약사들의 추가연구 요구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GN-259의 추가 임상은 신약 허가신청서 제출을 위해 잡아뒀던 장기 안전성 검사 1년과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이번 임상으로 신약 허가신청 일정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젠트리 관계자는 “4월 말에서 5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시력안과학연구협회 연례미팅(ARVO)에서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시장은 몇 안 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처방약으로 허가 받은 품목수가 얼마 안 되는 데다 그나마 있는 치료제인 치료제들도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스마트폰, 태플릿PC 등 모바일기기 사용이 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안구건조증 치료제시장은 2014년 21억5천만 달러(2조3천억 원가량)에서 2024년 45억9천만 달러(4조9천억 원가량)로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트리비앤티뿐 아니라 한올바이오파마와 삼진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이 이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RGN-259가 가장 앞섰다.
양 대표가 4년 전 RGN-259를 ‘입양해 온’ 보람이 있는 셈이다.
RGN-259은 피부와 각막 재생을 촉진하는 인자인 'Tymosin-beta4(Tβ4)'를 활용한 안구건조증 신약물질이다. Tβ4는 양 대표가 2014년 3월 지트리비앤티에 합류한 이후 2015년 초 판권을 사들였다.
양 대표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이사 출신이다. 지트리비앤티가 주력사업을 기존의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에서 바이오제약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영입됐다.
그는 이미 임상 1, 2상을 마친 제품을 사서 다음 임상단계를 진행하고 제품을 출시하거나 되파는 사업전략을 추구한다. RGN-259도 이렇게 탄생했다.
회사가 작기 때문에 치매치료제 등 시장이 크고 비싼 신약물질은 이런 방법이 쉽지 않지만 희귀치료제나 안질환제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양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식을 낳아 기르면 객관적이지 못할 때가 있고 그러다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기초연구부터 직접 진행하다가는 방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운 정도 낳은 정 못지 않다고 했다. 양 대표는 임상에서 RGN-259가 앨러간의 ‘레스타시스’보다 12배 빠른 치료 속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기술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레스타시스와 샤이어의 '자이드라' 등이 항염작용을 치료기전으로 하고 있는 반면 RGN-259는 항염, 세포사멸억제, 상처치료’ 등의 치료기전을 보유한 복합제제로 치료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이드라가 4번의 미국 임상3상 끝에 신약승인을 받은 점과 비교하면 RGN-259의 개발속도는 순조롭다고 할 수 있다.
지트리비앤티는 지난해 영업손실 45억 원을 내면서 양 대표의 취임 첫해보다 5배 커졌다. RGN-259가 효자 노릇을 할 때도 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