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끝없이 떨어지면서 반등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들에게 중국시장에서 입지 회복을 중장기 핵심 과제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은 11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봤지만 스마트폰사업에서 크게 고전했다"며 "특히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어려운 경쟁 환경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샘모바일은 시장조사관 SA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0.8% 정도로 12위에 그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중국시장에서 2015년까지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지난해 3분기 점유율이 2%까지 추락한 데 이어 더욱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수익률을 최소화한 중국업체들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으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중국에서 사업 부진이 지속되면 실적에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 매출은 2016년 약 8조8천억 원에서 지난해 5조1천억 원 정도로 약 4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동진 사장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을 책임지고 회복하겠다"며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했고 담당 임원도 교체하는 등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포화 상태에 들어가고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도 상대적으로 낮아져 고 사장의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시장 성장성이 빠르게 둔화되며 삼성전자의 판매량도 최근 5년 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며 "고가 스마트폰의 수요도 높지 않다"고 파악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현지 스마트폰업체보다 뛰어난 것이 없다는 말을 들으며 소비자들에 '무난하지만 너무 비싼 스마트폰'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업체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 등 외국 스마트폰 업체의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개최한 갤럭시S9 스마트폰 체험 행사. |
고 사장이 전망이 불투명한 중국시장 공략에 계속 역량을 쏟기보다 유럽과 남미, 인도 등 아직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점차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점유율이 높은 유럽과 남미, 인도 등 지역은 이미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공략 대상"이라며 "삼성전자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전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해외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TV와 생활가전 등 다른 제품의 브랜드 영향력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지배력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며 "중국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며 삼성전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