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은 흔히 명예로운 선택으로 평가되곤 한다. 꼼수나 편법과 달리 용기, 자신감, 떳떳함 등을 담은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불륜 의혹에 자진사임이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뜻대로 ‘명예로운 사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옥 이사장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공법을 선택해왔다.
2017년 1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 오를 때 ‘낙하산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낙하산으로 기술보증기금에 오게 됐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낙하산인사 논란에 휩싸인 사람 대부분이 낙하산인사를 부인하는 점에 비춰보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30년 넘게 기획재정부에 몸담은 관료 출신답게 어떤 논란이 불거졌을 때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오히려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 실력으로 평가받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4일 불거진 불륜의혹에도 김 이사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김 이사장은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일하던 2015년부터 한 여성과 2년여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근무시간이나 해외출장 기간에도 이 여성과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관계가 악화된 뒤 김 이사장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몸싸움을 벌였다고 이 여성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부적절한 이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폭력이나 강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논란에 대처하는 ‘정공법’을 또 쓴 셈이다. 물의를 빚은 것에 사의로서 책임을 다하는 명예스러움을 찾는 방법이었다.
흐름은 그렇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결과가 명예롭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김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해 논란을 마무리하기보다는 사실관계 조사가 먼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이사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여성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이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서도 모텔 주차장에서 몸싸움을 벌였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의 불륜 의혹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칼자루를 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일 감사결과 김 이사장이 공직자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그에 맞는 징계를 내리거나 경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는 ‘불명예’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미투운동 등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면밀한 조사와 엄중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에게 ‘명예로운 사퇴’는 물을 건너간 모양새다.
그리고 공직자로서 명예롭지 못했던 처신은 사라지지 않은 채 중소기업벤처부와 기술보증기금, 부산시에 모두 부담으로 남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