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사임으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와 같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공모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차기 경영권 승계 구도를 놓고 외부인사를 원하는 쪽과 내부인사를 원하는 쪽으로 갈려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4월2일 통합 이사회를 열어 박 회장의 거취와 경영권 승계절차 등을 논의한다.
박 회장은 대구은행장에 이어 지주 회장에서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29일 내놓았다.
통합 이사회에서 박 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되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고 내부규범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직무대행을 뽑아 비상경영체제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을 분리해 따로 뽑을지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에서 물러나기로 한 뒤 30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행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박 회장이 지주 회장에서도 물러나자 일정을 취소했다.
박 회장이 원래 대구은행장에서만 물러나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주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는 수순이 유력했지만 다시 원점에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그룹이 앞으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구속 이후 회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겪었던 BNK금융그룹의 뒤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BNK금융지주 주가시세 조종혐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구속된 뒤 조직쇄신의 일환으로 사상 처음으로 외부공모를 통해 회장 후보를 받았다.
다만 BNK금융지주 이사회와 노조,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이 각각 조직쇄신을 위해 외부인사를 원하는 쪽과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내부인사를 원하는 쪽으로 갈리면서 회장 선출이 2차례 미뤄지는 내홍을 겪었다.
최종적으로 외부인사인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고 내부인사인 박재경 당시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이 새로 만들어진 BNK금융지주 사장을 맡는 방향으로 교통정리됐다.
DGB금융지주도 BNK금융지주처럼 조직쇄신에 초점을 맞춰야할 필요성이 높은 만큼 외부공모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내부출신과 외부출신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이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던 만큼 내부출신은 사실상 박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내부출신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김경환 DGB생명 대표이사 사장, 임환오 전 대구은행 부행장 등은 모두 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여 동안 CEO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그룹 승계구도를 결정짓지 않으면 CEO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