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승계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 키우기의 종착역에 거의 도달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AS부품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면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16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6조 원대인데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합병할 때 주식 희석율이 크지만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각 사업부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한다는 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해 4차산업혁명 등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부각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현대글로비스 몸집을 불려왔다.
현대글로비스의 전신인 한국로지텍은 2001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자본금으로 50억 원을 들여 세운 회사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물류 일감을 독식한 데다 후계자의 후광까지 입으면서 주가는 2005년 12월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인 4만2600원에 형성됐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현재 18만 원대다.
현대글로비스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도마에 오른 적도 많았다.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검찰 수사는 현대글로비스의 돈 70억 원이 정치권으로 흘러갔다는 제보에서 시작됐고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재단 등에 기부하면서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7년까지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 현대글로비스가 오너일가의 지분율 낮춘기와 매출 부풀리기 등 편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자금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글로비스는 제2의 창업에 버금가는 완성차 통합 공급망 관리 및 모빌리티 서비스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동시에 낮아져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데 따라 현대글로비스도 조만간 구체적 사업계획과 발전전망 등을 제시할 것”이라며 “넓어진 사업 영역에 맞춰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