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 포수 요기베라가 한 말이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업을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의 그가 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와 해외 매각의 기로에서 선 상황에서 김 회장이 27일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일까?
하지만 중견기업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선 것을 놓고 끝이 뻔한 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리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 회장은 1991년 20대 후반의 나이에 고향 대전에 타이어 유통전문점인 타이어뱅크를 세웠다. 지금은 전국 매장이 400개에 이를 정도로 커졌지만 금호타이어와 비교하면 고래 앞의 새우와 마찬가지다.
타이어뱅크는 2016년 매출이 3729억 원으로 금호타이어 매출의 8분의1 수준인 데다 현금성자산은 192억 원뿐이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매각금액으로 6463억 원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인수자금을 어디서 끌어올까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요기베라는 키 170cm의 작은 덩치에도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의 덩치를 만회할 마땅한 카드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가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위해서 국내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있다”는 의지만 나타냈을 뿐 자금 확보와 관련해서는 상장이나 차입 등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다.
그가 현재 80억 원대의 세금 탈루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라는 점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타이어뱅크의 브랜드 홍보를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나온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가 나온 직후인 2016년 말에는 김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대리점 유통망인 타이어프로 인수를 제안했다가 채권단이 현실성 없다고 판단해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김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요기베라보다는 돈키호테에 가까운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1호 CEO고등학교’를 만들어 유능한 경영인들을 육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CEO고등학교는 준비된 CEO를 만드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CEO에게는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필요하며 준비되지 못한 CEO는 많은 사람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참여 역시 책임감이 필요하다. 임직원이 5040명에 이르는 금호타이어의 앞날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타이어뱅크의 등장으로 혼돈에 빠져들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네 조각으로. 여덟 조각은 다 못 먹을 것 같아(Four. I don't think I can eat eight).’
요기베라의 또 다른 명언이다. ‘피자를 몇 조각으로 잘라 드릴까요?’라는 식당 종업원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같은 양이어도 네 조각이면 왠지 먹기 쉽게 들린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만은 국내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며 중국 공장과 분리해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회생의 핵심은 중국 공장의 정상화다. 요기베라의 피자처럼 뜻대로 조각낼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