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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해결사일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2-17 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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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해결사일까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뉴시스>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40년째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20년 넘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전체 반도체시장 1위인 인텔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만큼은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은 5% 미만으로 30%를 훌쩍 넘는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도 더 높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약세는 삼성전자가 가진 고민거리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을 안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를 진정한 반도체 1위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 반도체 실적에 가려진 삼성의 고민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4조600억 원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단연 돋보인 곳은 부품(DS)부문의 반도체사업부였다.

반도체사업부는 2조2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낸 가운데 반도체사업부의 선전 덕분에 그나마 4조원 대 영업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약 3천억~4천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리사업부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시스템LSI사업부가 상당부분 까먹은 셈”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사업부 적자 원인은 무엇보다 스마트폰사업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주력제품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이름의 자체 모바일AP를 생산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에 주로 탑재된다.

두영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스템LSI사업부의 내부거래 비중은 30~50%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 탓에 시스템LSI사업부가 적자를 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시스템LSI사업부의 또 다른 핵심사업인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스템LSI사업부는 그동안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모바일AP 생산을 맡아왔다. 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애플 납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애플이 모바일AP 생산을 대만의 TSMC로 넘기게 됐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최대고객을 잃게 된 것이다.

  김기남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해결사일까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시스템LSI사업부의 부진을 강하게 질타하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메모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지켜오며 자만심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메모리는 반도체산업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강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지적처럼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제품 한 대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는 모바일AP를 비롯해 통신(모뎀)칩과 근거리무선통신(NFC)칩, 디스플레이 구동칩,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CIS)칩 등 15개 이상이다.

반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2~3개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593억6600만 달러다. 193억4700만 달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세 배 이상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의 호황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성장 잠재력은 시스템반도체가 훨씬 높다고 지적한다.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관련 기기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여기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2년 2442억 달러였던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규모가 2017년 301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시스템반도체시장, 퀄컴과 TSMC가 독식

삼성전자는 미국의 퀄컴과 대만의 TSMC의 높은 벽을 좀체 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인 모바일AP 시장의 경우 퀄컴이 절반이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은 올 2분기 글로벌 모바일AP 시장에서 매출 기준으로 5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퀄컴은 총 1억5090만 대의 모바일AP를 출하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6%에 그쳤다. 출하량은 960만 대로 퀄컴의 15분의 1에 불과했다.

파운드리시장은 TSMC의 독주가 계속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428억 달러에 이른다.

IC인사이트 조사결과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는 46.3%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로부터 애플 물량을 뺏어온 덕분에 점유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9.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9.9%)나 3위인 UMC(9.3%)와 격차가 크지 않아 2위까지 노려볼 만하지만 TSMC의 아성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 삼성전자, 기술력 앞세워 반격 노린다

김기남 사장은 지난 6월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임명됐다.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며 쌓은 ‘1등 DNA’를 실적이 부진한 시스템반도체사업에 이식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사장은 부임 뒤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퇴근시간 이후에도 사업장에 남아 계속된 적자로 사기가 떨어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사장은 시스템반도체 ‘미세화 공정’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세화 공정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업체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김 사장은 첨단 미세공정기술인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주력하고 있다. 핀펫은 반도체 소자를 평면이 아닌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드는 기술로 물고기 지느러미(Fin)와 모습이 닮아 이름이 붙여졌다.

삼성전자는 핀펫 공정을 적용하면 기존 공정보다 처리속도를 20%를 높일 수 있는 반면 전력 소모량은 30~35% 가량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두영수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14나노 공정이 적용된 모바일AP 샘플을 거래선에 공급하고 있다"면서 "수율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말까지 12인치 웨이퍼 공정의 30% 수준으로 생산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을 선점한 덕분에 TSMC에 빼앗겼던 애플을 다시 파운드리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핀펫 기술을 적용한 애플의 차기 모바일AP인 ‘A9’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애플 물량은 전체 A9 칩의 약 20~30%로 추정된다.

이밖에 반도체 설계만을 전담하는 퀄컴과 미국의 AMD도 삼성전자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김기남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해결사일까  
▲ 삼성전자가 10월 공개한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7 옥타' <삼성전자>

◆ 내년 갤럭시S6에 쏠리는 눈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스템LSI사업부가 완전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려면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이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도 시스템LSI사업부의 내부거래 비중이 최대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생산하는 모바일AP 엑시노스의 경우 거의 삼성전자 제품에만 탑재된다. 따라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은 곧바로 시스템LSI사업부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모듈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대부분 내재화에 성공했지만 모바일AP는 여전히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9월 출시된 갤럭시노트4도 국내 모델은 엑시노스를 탑재했지만 해외 모델은 퀄컴 ‘스냅드래곤’을 장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모바일AP와 LTE용 모뎀을 통합한 ‘원칩’ 개발에서 퀄컴에 뒤쳐진 탓에 ‘탈 퀄컴’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칩은 여러 개의 칩을 따로 쓰는 것보다 성능과 전력효율,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다. 부품이 차지하는 공간도 줄기 때문에 더 얇고 가벼운 기기를 만들 수도 있다.

원칩은 원가가 절감된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퀄컴은 저렴한 원칩을 앞세워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전략으로 모바일AP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제호 서울대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삼성전자는 인텔처럼 핵심부품을 엮어 만든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산업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부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면 단가가 낮아져 더 많은 고객을 집토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호 삼성전자 전무는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 AP원칩화로 수익성을 높이고 거래선을 다변화해 안정적 매출증가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발한 자체 통신모뎀 ‘엑시노스 모뎀 303’을 모바일AP인 ‘엑시노스7’에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업계는 본다.

시스템LSI사업부의 첫 성과물은 내년 초 공개될 갤럭시S6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점친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갤럭시S6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된 옥타코어 64비트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장착한다는 점”이라며 “자체 부품 탑재율은 8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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