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련 변호사가 16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미투운동의 의미와 입법과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성폭행 피해자의 안전 보장을 위해 형법상의 강간죄 구성요건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가 16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미투운동의 의미와 입법과제’ 간담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상황뿐 아니라 폭로 이후 자신이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을 감당하는 데 두려움을 안게 된다”며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서지현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지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과제로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에 대한 전면검토 △민법상 소멸시효 규정 개정 △절차보호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비동의 간음죄 규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며 “강간으로 침해받는 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인데 폭행이나 협박은 신체 손상과 관련된 것이므로 법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법 소멸시효 규정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폐지된 범죄의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피해자의 피해회복 청구는 불가능한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일부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범죄가 있는데 이 범죄들은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처벌이 가능하지만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침해된 권리의 성격을 재산권·인격권·생명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보호법익의 경중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을 차등화하는 등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와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절차보호법 제정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피해자의 재판 등 절차 참여권의 보장뿐 아니라 범죄유형별 피해자 특수성을 고려한 보호 규정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은 누구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성폭력 관련 사건은 일반인의 관점이 아닌 피해자의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공감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겪는 분노와 불안감, 무기력은 우리가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극복 가능한, 견딜 만한 무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강선미 하랑 성평등연구소장과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 김상범 국회 법제실 복지여성법제과 과장이 참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