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식 CJ 회장이 2017년 6월28일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방미 참여 경제인 차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 가장 어른인데 맏형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에서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을 때
손경식 CJ 회장에게 건넨 덕담이다. 손 회장은 당시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 가운데 가장 연조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의 겉옷을 받아주는 등 상당한 예우를 갖췄다.
손 회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방미와 방중 경제인단에 모두 참여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1월 동남아 순방 때는 재계단체장인 박용만 회장을 제외하면 기업 오너일가로서 유일하게 동행하기도 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제7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손경식 회장이 추대되면서 다소 소원했던 경총과 문재인 정부의 관계가 다소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경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대립각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추진하자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5월25일 “산업현장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곧바로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책임감을 지니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문 대통령의 엄중한 반응에 경총의 반발 수위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총은 비판적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박병원 전 경총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비판했다. 올해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정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개선 조짐이 없다”며 “규제 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노사정위원회에 경영계를 대표해 참여하고 있으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의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정부 입장에서 경총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이를 고려할 때 손 회장은 재계를 대변하면서 정부와 관계를 풀어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무엇보다 손 회장은 이미 재계단체장을 맡아 진보정권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재계와 정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대한상의 부회장을 맡았고 2005년 11월에는 대한상의 회장에 선출됐다. 2006년 3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한상의 초청 강연에 나선 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손 회장께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상공인들과 소통을 위해 왔다”고 말해 손 회장이 재계와 소통 창구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시절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했다. 2006년 노사정위원회를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개편할 당시 손 회장은 이수영 경총 회장과 함께 재계 대표로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하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손 회장의 경험은 사회적 대화 재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경총 신임 회장 선임 과정에서 흘러나온 잡음은 손 회장의 임기 초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관계에 앞서 재계를 대표하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홍으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박병원 전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우세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박 회장이 사퇴 의지를 굳히면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한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다음 회장에 낙점됐다. 박상희 회장은 “진정한 노사정 상성 모델을 만들겠다”며 취임 소감까지 밝혔다.
하지만 회장 선임 권한을 지닌 전형위원회에서 반대의견을 내면서 박 회장은 회장에 오르지 못했다. 박 회장이 선임되면 유임될 것으로 여겨졌던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여권이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손 회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5일 전후 귀국해 경총 회장에 취임한다. 공석이 된 상임부회장도 회장 권한으로 추천한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상임부회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