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는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다. 다만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는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단순히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CEO스코어가 2016년 30대 그룹 계열사의 이사회 의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99.5%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이런 기조가 달라질 조짐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 의지를 나타내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이사회의 역할이 강화되고, 특히 객관적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 이사회에서 지난해까지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던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이사회 의장은 이 사장이 최초다.
사외이사 숫자는 9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났다. 새로운 사외이사에 한국계 미국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외국인과 여성이 동시에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되면서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투명경영위원회 소속으로 주주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주주 추천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먼저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뽑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기존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면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포스코도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로 했다. 13일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등 해외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을 통해 박경서 고려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포스코는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와 소통을 증진하며 주주 권익을 높이기 위해 주주제안을 처음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를 포스코에 추천한 APG는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후보로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추천하기도 했다 박유경 APG에셋매니지먼트아시아 이사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로서 의무와 권리를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LS그룹은 주요계열사에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이사의 자기거래, 겸직사항 등을 검토하고 심의한다. 올해 상반기에 LS와 LS산전, 가온전선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고 E1과 예스코도 충분한 검토 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주요계열사인 LS와 LS산전, E1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사내이사에서 사외이사로 변경한다.
현대백화점그룹도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6개 상장계열사에 감사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 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각 위원회별로 사내이사는 1명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마련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추천에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사외이사 선출 시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포함되도록 유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