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계기로 잠재적 매물인 비금융 출자회사들의 매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몸집이 큰 출자회사들은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실제 매각을 추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31일 보도자료에서 “대우건설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산업은행 혁신안’에 포함된 시장가격 매각·신속매각 원칙에 따라 주요 비금융 출자회사를 팔기로 결정했던 일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이사회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거울삼아 2016년 10월 ‘산업은행 혁신안’을 결의했는데 이때 내놓은 과제 19개 가운데 하나로 비금융 출자회사의 매각을 포함했다. 투자원금 회수를 고집하지 않고 시장가격에 맞춰 빠르게 팔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대우건설 지분 50.75%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호반건설로 선정하면서 전체 매각대금 1조6천억 원 정도를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산업은행에서 대우건설 지분을 얻는 데 썼던 3조2천억 원을 크게 밑돈다.
이를 놓고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 부행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금융 출자회사를 파는 데 지분 취득가격 이상의 매각조건을 내세우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6년 10월 당시 132곳이었던 비금융 출자회사의 지분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위주로 빠르게 매각해 왔다. 이렇게 정리한 회사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10곳에 이른다.
지난해 말에 중국계 사모펀드 AFC코리아를 STX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규모가 비교적 큰 비금융 출자회사를 파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취득가격에 연연해 투자기간이 길어지면서 신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한정된 정책재원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일이 잦았다”며 “이런 폐단을 막고 비금융자회사를 시장에 돌려줘 회수와 재투자의 정책금융 선순환을 이끌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금융 출자회사들 가운데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는 사례도 많아 산업은행이 이들의 매각을 당장 추진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만만찮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매각과 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지만 자구안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현재의 경영상태 등을 감안하면 이른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자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삼정KPMG회계법인의 산업경쟁력 컨설팅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방향성이 결정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경영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른 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올해 말에 워크아웃이 끝나고 지난해 전기로 매각이 불발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조정기업들 가운데 현재 매각절차에 실질적으로 들어간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을 먼저 튼튼하게 만든 뒤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