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은 의약품보다는 염색약으로 유명하다.
회사 설립 역사는 반백년을 훌쩍 넘는데 매출규모가 아쉬운 까닭은 전문의약품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양구 대표이사 사장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업력에 걸맞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며 광역학 암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금씩 성과가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의 숙원인 광역학 암치료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동성제약은 최근 국내 유일의 광섬유 모재 제조업체인 대한광통신과 ‘측면발광형 광섬유 프로브(빛을 전달하는 광섬유)’의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광역학 치료용 프로브는 지금까지 모두 수입에만 기대왔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수입제품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광섬유 프로브는 광역학 치료(PDT)의 시술용으로 개발됐다.
광역학 치료는 빛을 이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시술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암세포를 지닌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광과민제를 투여한다. 광과민제는 성질상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쌓이는데 여기에 레이저광을 조사하면 광과민제가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암종양이 세포괴사를 일으키게 된다.
정상조직을 보존하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적을뿐 아니라 반복적 치료도 할 수 있다. 치료효과도 빠르고 암 종류에 상관없이 시술이 가능해 방사선 치료 등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동성제약이 2014년 말부터 착공에 들어간 대구암센터도 최근 준공을 마쳤다. 이 대표는 준공식에서 “대구암센터가 광역학치료의 대중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양구 대표는 수년 전부터 광역학치료 기술을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몰두해왔다.
2013년에는 3부작으로 ‘광역학치료의 이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2차적 고통이 큰 항암치료보다는 광역학치료가 미래의 암치료 대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동성제약 창업주인 이선규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7년 동성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생산부로 발령받고는 5년 동안 공장에서 평직원으로 일을 배웠다. 2001년부터 동성제약 대표에 올라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아버지인 이선규 회상의 유지를 받들어 암, 치매 등 난치병에 관심을 품고 치료제를 찾던 중 광역학치료를 접하고 주요사업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생전 “암 치료제와 치매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개발은 내가 살아생전 꼭 해야 될 의무”라고 말했는데 그 뜻을 잇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열린 제20회 송음의약학상 시상식에서 “'100년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암 정복의 토대를 다질 것”이라며 암 치료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송음의약학상은 이선규 회장이 제정한 상이다. 지난해 수상자인 하루부미 가토 일본 도쿄대의대 명예교수가 광역학치료의 선구자로 평가된다는 점도 광역학치료를 대중화하겠다는 이 대표의 뜻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동성제약은 현재 광역학치료법을 췌장암과 담도암에 적용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피부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에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 광역학치료가 대중화되려면 치료의 핵심인 광과민제가 중요하다.
지금은 1세대 광과민제인 ‘포토프린’만 유일하게 국내에 들어오는데 동성제약은 2세대 광과민제인 ‘포토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세대 광과민제와 비교하면 시술시간과 퇴원이 훨씬 빠르고 치료할 수 있는 종양의 깊이도 4배 이상이다. 수입제품이지만 임상이 성공하면 췌장암과 담도암분야에서 포토론 세계판권은 동성제약이 소유하게 된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췌장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임상2상이 진행중이이며 임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요청하기로 했다.
서충우 SK증권 연구원은 “임상결과보고서는 5~6월경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가 좋으면 하반기에 광역학치료 관련 매출이 생길 수도 있다”며 “광역학치료가 췌장암 말고도 여러 암에 확대헤 적용될 수 있어 잠재력이 큰 만큼 동성제약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이번 해에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매출이 776억 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
동성제약은 2012년 매출 846억 원을 낸 이후 700억 원 후반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중이다. 이 대표가 말하는 ‘100년 기업’으로 생명력을 키우는 데 광역학치료가 중요한 승부수인 셈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이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100년 기업으로 성장을 다짐하며 했던 말이다. 동성제약은 올해로 창립 61주년을 맞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