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헌 당시 넥슨 사업총괄 부사장이 2017년 11월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게임을 발표하고 있다.<넥슨> |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취임 바로 다음날 체면을 구겼다. 5년을 공들인 새 ‘듀랑고’가 말썽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온라인PC축구게임 ‘피파온라인3’에서 초기 오류와 접속장애를 잡고 각종 이벤트로 사용자들을 새로 끌어들여 흥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보여줄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긴급점검으로 '야생의땅:듀랑고' 오류를 잡고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있다. 정상을 회복하면 다시 사용자를 불러모으기 위해 이벤트 등의 유인책도 펼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듀랑고는 출시 첫날 각종 오류와 접속장애 등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듀랑고는 넥슨의 스타개발자로 불리는 이은석 디렉터가 맡아 지난 5년 동안 준비해온 야심작이다. 사전예약만 250만 명을 넘어서며 기대를 받았다. 사용자들이 공룡시대에서 서로 협동하거나 경쟁하며 가상사회를 만드는 게임이다.
출시 직후 캐릭터 생성 등에서 오류가 발견되며 오전 11시25분 긴급점검에 들어갔는데 오후에 다시 서비스를 재개했을 때 이용자가 크게 몰리며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이후로도 두 번의 긴급점검을 했지만 다음날인 26일에도 접속문제가 지속됐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상의 모든 지역이 개방된 형태다 보니 유저들이 특정지역에 몰리면 서버에 과부화가 걸리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25일 서버 증설을 통해서 여유를 만들었고 현재는 서버에 과부화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대표는 24일 공식 선임됐는데 시작부터 위기관리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초기 오류와 접속장애를 극복하고 게임의 흥행을 이끈 경험이 있다.
2012년 당시 이 대표는 피파온라인3 사업 전체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피파온라인3 출시 때 접속자가 몰리며 접속장애를 겪었다. 각종 오류도 추가로 발견되며 한 달 만에 피파온라인3의 PC방 점유율이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두 달 동안 모든 직원들을 피파온라인3의 서비스 개선에 투입해 업데이트와 서버 증설 등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로도 오류가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업데이트로 개선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그 결과 2014년 국내 PC방 점유율 10%를 넘는 확고한 온라인 스포츠게임분야 1위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피파온라인은 세계적 게임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의 지식재산권(IP)을 사용했기 때문에 초반의 부족한 서비스 품질에도 '충성고객'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듀랑고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듀랑고는 넥슨이 자체개발한 게임으로 사용자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초기 접속장애가 뼈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기심에 찾은 유저들이 발을 돌리게 되면 인지도가 없기때문에 다시 불러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듀랑고를 준비하면서 모바일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3번의 비공개베타테스트(CBT)를 거쳤다”며 “미리 경험한 사용자들이 듀랑고의 게임성에 반응해 사전예약이 250만 명을 넘은 만큼 지식재산권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해도 불리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비스 문제로 사용자가 이미 떠난 상태라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 보상이나 이벤트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 관계자는 “지금은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이벤트나 업데이트 등은 서비스 안정화 이후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게임회사로는 드문 비개발자 출신 CEO인데 기술적 문제로 불거진 이번 사태를 빠르게 안정화한다면 대표로서 신뢰를 튼튼히 쌓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네오플 조종실장, 넥슨 피파실장 등을 거쳐 2015년부터 넥슨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피파온라인3의 출시와 흥행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히트’와 ‘다크어벤저3’ 등 모바일 게임사업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