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절차에 제동을 거는 등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면서 ‘셀프연임’ 비판을 받았던 윤 회장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연이어 지적했는데 그때마다 사실상 윤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현재 연임에 도전하는 김 회장과 달리 지난해 11월 연임을 확정했지만 금융당국과 관계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와 관련해 하나금융과 함께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경영유의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이 조치를 받은 금융회사들은 통상 6개월 안에 관련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한다.
KB금융이 받은 경영유의 조치에 회장 후계자의 양성프로그램 내실화,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이해당사자의 배제, 현직 회장의 사외이사 평가 제외 등이 포함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의 경영유의 조치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가 내놓은 ‘금융혁신 추진방향’의 내용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혁신 추진방향에는 CEO 후보군의 선정과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후보군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배제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KB금융 사추위는 16일 올해 첫 회의를 열어 다음 사외이사의 선임절차를 논의하고 있는데 이 회의 결과가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 회장은 사추위원으로서 KB금융 사외이사 7명의 선임에 참여했고 이들이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윤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회전문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때 논란에 휩싸였던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3월에 임기가 끝난다. 최영휘 이병남 사외이사가 연임을 포기할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대응해 문재인 정부와 친밀한 인사를 추가로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최근 부회장 자리를 신설하고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동안 비어있던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으로 문재인 정부와 통할 수 있는 인사가 들어올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상임감사를 선임할 뜻을 밝혔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지난해 상임감사를 선임할 때 금융회사 등의 감사나 재무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한 경력을 고려할 것을 규정했지만 금감원이나 감사원 출신이 여전히 유력하게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상임감사로 문재인 정부와 가까운 금감원이나 감사원 출신 인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며 “김 부회장이 영입됐을 때도 윤 회장이 지배구조 논란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와 채널을 강화하려 한다는 말이 돌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