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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기아차의 희망을 본다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1-12 15: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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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307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박한우</a>,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기아차의 희망을 본다
박한우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IMF(국제통화기금)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기아차의 상황을 놓고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기아차는 새해 들어서도 글로벌 판매량 감소 추세와 노사갈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렇게 악재가 첩첩이 쌓인 가운데 이형근 부회장까지 물러나면서 박 사장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박 사장은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희망을 본다. 인도가 박 사장의 잔뼈가 굵은 곳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도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

기아차는 지난해 4분기에 전 세계에서 70만8천 대를 팔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 뒷걸음질했다. 특히 중국은 판매가 38%나 줄었고 국내도 3.8%, 미국에서 15.5% 감소하는 등 주요시장에서 모두 고전했다. 서유럽에서만 유일하게 판매가 10.4% 늘었다.

올해도 원화 강세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하락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자동차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환율의 변화에 민감하다. 2일 원달러 환율이 1061.2원으로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수출기업들의 환율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050원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아차 노사갈등도 박 사장을 힘겹게 한다.

기아차는 국내 5대 완성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15일 다시 교섭하기로 했는데 합의안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조는 1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힘든 시기에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이형근 부회장이 물러난 점도 역시 박 사장에게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현대차에서 2005년 기아차로 자리를 옮겨 2010년부터 대표를 맡있다. 

박 사장으로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사라진 셈이다. 기아차가 그룹 주요계열사다 보니 다른 대표이사를 세워 다시 각자대표체제를가동할 수 있지만 박 사장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박사장이 2014년 취임한 이후 기아차 판매대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줄곧 떨어지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연간 실적 300만 대 고지를 돌파했지만 2016년 301만8093대로 소폭 하락한 뒤 지난해는 300만 대 달성에 실패했다.

수익성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아차 영업이익은 2014년 2조5725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598억 원에 불과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1조 원의 충당금이 반영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앞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사장은 당분간 공격적 경영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내실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낮춰잡는 대신 내수목표를 올려잡았다.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의 판매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익성 높은 안방 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사장은 올해 국내에서 출시하는 준중형 ‘K3’와 대형 ‘K9’ 등 신차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이브리드 SUV시장을 석권한 ‘니로’와 소형 SUV ‘스토닉’에 기반한 전기차 출시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렬해지는 상황에서 기아차의 신차라인은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차는 판매규모가 큰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 없는 데다가 경쟁사의 신차 출시로 내수부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계속되는 부진의 책임을 박 사장에게 돌리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 있다. 통상임금 패소와 환율문제, 사드 등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박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도시장 수출길을 닦는 일로 보인다.

기아차는 인도 등 신흥시장 점유율을 늘려 미국과 중국 판매 의존도를 낮추는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도는 2020년이면 자동차시장이 500만 대 규모로 예상될 정도로 세계에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이다. 

기아차는 현재 인도에 11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본격적 진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인도시장 전문가인 박 사장의 경험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박 사장은 과거 현대차 인도법인 재경담당 임원을 거쳐 인도법인장을 역임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그를 영업과 생산까지 총괄하는 법인장으로 임명한 점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공장이 있는 현지법인에서 재무 출신이 법인장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박 사장은 3년 전 기아차 대표에 오른 뒤 한 인터뷰에서 “상고 출신에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닌 내가 계속 2류로 머물다가 기회가 왔다”며 “2군에서 구원투수를 좀 하다가 이제 제2선발 정도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인도에서 능력을 보여 에이스 투수가 될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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