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해 차별화를 노리는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기술적 특성상 차별화가 어려워 업황 변동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는데 삼성전자가 최근 기술력을 크게 높인 성과로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D램에 투입되는 시설투자 대부분은 지난해 말 기술개발에 성공한 10나노급 2세대 미세공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은 지난해 초 개발된 1세대 기술보다 반도체 구동속도를 최대 10%, 전력효율은 15% 높일 수 있다. 경쟁사의 주력공정인 20나노급 제품과 성능차이는 2배 정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D램 생산시설 대부분을 10나노급으로 전환해 프리미엄 D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서버와 모바일용 D램, 그래픽D램과 HBM(고대역) D램 등 차세대 메모리도 신공정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D램은 반도체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던 용어다. D램의 기술적 특성상 성능을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프리미엄 제품을 구분하는 것이 거의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D램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시장가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자리잡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업체의 실적이 비슷한 흐름을 보여 왔다.
고객사의 수요가 줄어들며 공급 과잉이 벌어질 경우 삼성전자도 반도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신 공정으로 D램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며 자신하는 것을 볼 때 상황이 이전과 뒤바뀌며 ‘프리미엄 D램’ 시대가 새로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D램 신제품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요소를 갖춰냈다. 설계부터 생산단계까지 완전히 새로운 공정이 대거 도입돼 경쟁업체가 단기간에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미있는 수준의 성능차이가 나타날 경우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D램 수급을 특별히 선호할 공산이 크다. 업황이 나빠지더라도 삼성전자는 안정적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그래픽D램과 HBM D램은 성능 차이가 훨씬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쟁우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차세대 메모리는 인공지능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공정기술력이 신산업 성장에 맞춰 갈수록 더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도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세계에서 가장 앞선 96단 3D낸드 기술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3D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반도체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 D램과 같이 미세공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도 있어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규장비를 도입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도입을 앞둔 EUV(극자외선) 공정을 메모리반도체까지 적용할 경우 더 압도적 기술격차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EUV는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전 세계 메모리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EUV장비는 한 대에 약 2천억 원의 고가로 알려진 데다 기존 반도체 설계와 생산공정에도 대대적 변화가 필요해 삼성전자와 같이 자금여력이 크게 앞선 기업 외에는 도입을 검토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활용해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을 3나노급 이하로 발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공정을 이런 수준까지 발전시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제품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할 수 있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독주체제를 중장기적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버와 모바일, 그래픽카드 등 분야에서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는 전망이 밝다”며 “기술경쟁에서 격차를 벌려 시장의 선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