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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학생들이 17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직접 개발한 보급형 델타 3D프린터를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
“3D프린팅은 모든 것을 만드는 방법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초 의회연설에서 3D프린팅을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소개하며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3D프린팅은 각광받는 신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으로 3D프린팅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3D프린팅이 제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봤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012년 “3D프린팅은 인터넷보다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3D프린팅에 주목하는 것은 세계가 산업혁명 이후 자리잡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맞춤형 소비를 하는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효율적으로 제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기업 입장에서 시제품을 제조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도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할 수 있다.
3D프린팅의 가능성은 단순히 제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다. 3D프린팅은 기존에 시공의 제약으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우주공간에서 활용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9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3D프린터를 쏘아 보냈다. 유럽우주국(ESA)은 달 기지를 건립하는데 3D프린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지구에서 제작한 모듈을 들고 가 기지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3D프린팅 기술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도 100만 원 안팎의 3D프린터가 나와 있다. 60만 원대 3D프린터도 있다. 아직 완전한 기술은 아니지만 가정에서도 원하면 3D프린터를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KAIST 학생들이 개발한 3D프린터가 출시도 하기 전에 100여 대를 판매하며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기존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부품을 자체개발해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 캐나다와 미국 등 해외 바이어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트너는 세계 3D프린터 출하량이 올해 10만8150 대에서 내년 21만7350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뒤 매년 2배씩 늘어나 2018년이면 23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규모가 2012년 2억9천만 달러에서 2017년 57억3천만 달러로 연평균 95%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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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모터스가 3D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 전기차 |
◆ 3D프린팅 기술은?
최근 3D프린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3D프린팅 기술이 개발된 지는 벌써 30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 3D프린팅 기술은 특허에 묶여 있어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
2009년 스트라타시스의 압출적층방식(FDM) 특허가 만료됐고 올해 2월 3D시스템즈의 선택적 레이저소결방식(SLS)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를 이용한 3D프린터 제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SLS방식은 FDM이 플라스틱 소재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할 수 있어 3D프린팅의 저변을 넓히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3D프린팅은 커다란 재료를 깎아서 만드는 절삭형과 재료를 층층이 쌓아서 만드는 적층형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3D프린팅이라 하면 적층형 방식을 의미한다. 적층형 방식은 2D프린터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압출적층방식은 재료를 녹여서 노즐에서 분사하면서 적층하는 방식이다.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재료 소모가 적고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지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조형을 만들기 어렵고 소재도 제한적이다.
SLS·SLM(선택적 레이저용해방식)은 분말소재를 얇게 도포하고 레이저를 쏴 선택된 부분만 녹여서 굳히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광경화성수지를 소재로 이용해 빛으로 굳게 하는 방식이나 종이처럼 얇은 시트 소재를 한층씩 접착하는 방식도 있다.
2D프린터의 해상도는 평면에서 결정되지만 3D프린터는 공간에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XY해상도와 함께 얼마나 한 층을 얇게 쌓아올리는지도 해상도로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한 층의 두께는 10~100㎛정도로 머리카락보다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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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프린터로 제작한 신발 |
◆ 3D프린팅 어디에 활용되나
3D프린팅은 기계 절삭이나 성형 등 기존 제작방식을 벗어나 3D 도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별다른 장비나 공정도 필요없다. 3D프린팅이 제조업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특히 제품 연구개발단계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제품은 대량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3D프린팅을 이용하면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람보르기니는 2012년 아벤타도르 시제품을 제작할 때 3D프린팅을 활용했다. 이 덕분에 시제품 제작비용이 4만 달러에서 3천 달러로 92.5%나 줄었고 제작기간도 120일에서 20일로 83.3%나 감소했다. 가트너는 2018년 세계 제조사의 25% 이상이 생산과정에 3D프린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소재나 표현에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갈수록 활용폭도 넓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금속, 세라믹, 종이, 식용물질 등이 3D프린팅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 단색만 가능했지만 이제 제작할 때 색을 별도로 입힐 수도 있다.
지금까지 3D프린터로 제작된 물건들의 목록은 이미 우리 생활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 미국의 로컬모터스는 9월 40여개 부품으로 된 전기차를 44시간 만에 3D프린팅으로 제작했다. 내년 실제로 판매될 이 차의 가격은 1만8천~3만 달러다.
중국에서 3D프린터로 지은 집도 나왔다. 3D프린터로 하루에 200㎡ 규모의 집을 10채나 지은 것이다. 제작자는 시멘트와 유리섬유로 지은 이 집은 채당 4800달러 수준으로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라고 자랑했다.
일대일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 의료분야에서 3D프린팅은 특히 각광받고 있다. 환자에게 꼭 맞는 보조기구나 인공신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자의 수술부위를 3D프린터로 재현해 수술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의료분야 3D프린팅의 활용법은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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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불법무기소지로 징역 2년형을 받은 남성이 3D프린터로 직접 제작한 총기류 |
◆ 3D프린팅의 그늘
3D프린팅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다. 3D프린팅이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대중화되려면 극복해야 하는 단점들이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3D프린팅은 소재를 얇게 층층이 쌓고 굳히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시간이 길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하루 넘게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비용의 문제도 있다. 3D프린팅 기술이 매우 정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그만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또 소재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과 달리 더 근본적인 3D프린팅의 문제점도 있다.
윤리적인 부분이 그것이다. 당장 3D프린팅이 활성화되면 저작권과 불법복제 이슈가 떠오를 수 있다. 3D프린터용 설계도가 거래되면 해킹과 불법복제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3D프린터로 칼과 총 등 무기 제작이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달 일본 법원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총기 5정을 만들어 소지한 남성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총기설계도를 다운받아 3D프린터로 제작했다. 이 가운데 2정은 실탄발사가 가능하며 살상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3D프린터로 누구나 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미 3D프린터로 만든 금속제 총기가 시중에 나왔다.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3D프린터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개인이 3D프린터로 만든 불법무기류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