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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청사 계류장에서 이스타항공 김정식 대표이사 및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2호기 도입을 축하하는 도입식 행사를 개최했다.<이스타항공> |
국내 항공사의 조종사 부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 계약직 조종사도 늘어나고 조종사들의 평균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만성적 인력난을 호소하며 국토부에 기장의 정년연장을 요청할 정도다.
또 저비용항공사의 젊은 조종사들은 비행경력을 채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조종사들의 이직은 저비용항공사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조종사 인력난으로 조종사들의 업무환경이 나빠지고 피로도를 가중시켜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3월 조종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까지 2천 명의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내용의 ‘청년일자리 창출 및 항공인력 양성계획’을 내놓았다. 군과 항공사, 대학이 협업해 올해부터 매년 500명씩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 저비용항공사, 기장 고령화 어쩌나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국내 항공사의 내국인 조종사 10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의 비정규직 조종사 비율은 22.5%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평균(6.6%)보다 훨씬 높다. 기장만 살펴봤을 때 총 341명의 저비용항공사 기장 가운데 117명(34.3%)이 비정규직이다.
저비용항공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 항공사가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에서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기장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법상 기장은 정년인 60세를 넘긴 뒤에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계약직 형태로 65세까지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사 조종사들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의 기장 평균연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만 57세다. 제주항공은 기장의 평균연령이 51세로 티웨이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또 기장 92명 가운데 약 3분의 1인 30명이 60세 이상이다.
그밖에 에어부산이나 이스타항공 등도 기장 평균연령이 만 50세에 가깝다.
대한항공에서 조종사 양성을 지원받는 진에어만 예외적으로 기장 평균연령이 만 42세로 젊다.
저비용항공사 기장의 고령화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 대한항공의 기장 2700여 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96명으로 3.5%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의 60대 이상 기장도 0.7% 수준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장의 평균 연령은 각각 50.5세와 43세다.
기장 고령화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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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
항공기 운전은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감이 요구되는 데다 한 번 사고가 날 경우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종사들의 피로회복이 매우 중요하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의 나이가 많은 것은 경험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젊은 조종사들에 비해 쉽게 지치고 피로가 누적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60세 이상 조종사들에 대해 6개월 마다 신체검사를 하는 등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오히려 일부 저비용항공사들은 조종사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65세인 조종사 정년을 67세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종사 인력난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과 일본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종사 인력난 때문에 정년을 늘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07년 조종사의 정년을 65세로 지정했고 미국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일본도 현재 64세인 조종사 정년을 내년부터 1~2년 연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 저비용항공사의 가장 큰 고민은 조종사 이탈
저비용항공사에서 젊은 기장들의 인력누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입사조건이 덜 까다로운 저비용항공사에서 비행시간을 채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로 이직하려 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연봉은 대형항공사의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2년 계약직 조종사 합격자들에게 8천만 원을 요구해 논란을 낳았다.
이스타항공은 출근을 앞두고 있는 28명의 신입 조종사들에게 “입사조건으로 비행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8천만 원을 두 달 내에 입금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이에 대해 “신입 조종사가 부기장 자격을 취득하거나 비행시간 1천 시간을 채우는 데 필요한 교육비용”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논란을 감수하면서 합격자들에게 큰 비용을 요구한 데 대해 저비용항공사의 높은 이직률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돈을 미리 내게 해 다른 항공사로 이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들은 원칙적으로 신입 조종사 교육비를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무리수는 조종사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 조종사 이탈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돈을 미리 낸 뒤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젊은 기장이 부족해 고민이 커지고 있다. 부기장이 기장으로 승진하려면 평균 7~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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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조종사들이 추석을 맞아 9월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정비사들을 찾아 송편들을 전달하고 있다. |
◆ 고질적인 조종사 부족 문제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고 처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도 조종사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조종사는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4888명으로 항공기 한 대당 16.7명 수준이다. 보통 항공기 1대당 대략 15~20명의 조종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수준을 간신히 채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국내 항공사의 인력난을 가중시켰다.
중국 항공산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중국 항공사들이 10여 년이 걸리는 숙련 조종사 양성보다 외국인 조종사 영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항공사보다 좋은 조건을 내세워 국내 조종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항공사의 고질적인 조종사 부족은 조종사의 비행시간 확대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조종사의 피로도가증가하면서 항공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는 1년에 1050시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1년에 1100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유럽연합은 조종사 비행시간을 연간 900시간, 중국은 연간 85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종사가 부족한 이유는 조종사 양성을 위한 항공사들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자체가 어렵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조종사들을 위한 투자나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을 100시간 줄이려면 항공사들은 100~2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또 조종사가 되기까지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항공사에 입사하려면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1천 시간, 아시아나는 300시간, 제주항공 등 나머지 저비용항공사는 250시간의 비행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훈련시설 부족으로 항공사가 요구하는 비행훈련시간을 채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해외유학을 통해 비행훈련시간을 채워야하는 데 1년에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부담이 되고 있다.
매년 200명 정도의 조종사 희망자가 이런 비용을 들여 미국 같은 항공 선진국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현지 취업을 통해 비행시간을 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