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이후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지 않다가 최근 다시 두산밥캣의 포터블파워사업부와 두산엔진 매각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팔아 자금 1348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1조 원 안팎이다. 이 가운데 대출이자로 지출되는 비용만 5700억 원가량이다.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 이상을 금융비용으로 쓰고 있어 사업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정원 회장은 한 달여 전에 불확실한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채를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계열사 매각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산그룹 전 계열사가 보유한 차입금은 3분기 말 기준으로 11조4147억 원이다. 차입금 감축을 위해서 적어도 조 단위로 대출금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주력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가운데 몸값이 수천억 원 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두산엔진 매각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수후보들이 선박엔진사업의 전방산업인 조선산업 불황을 이유로 두산그룹이 기대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계속 돈을 빌리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두산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의 하락을 이유로 계열사에 장기대출보다 이자가 높은 1년 만기의 단기대출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본업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궁극적 해결책이지만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며 “두산그룹이 앞으로도 재무구조 때문에 한동안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