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메모리반도체의 역대급 호황기를 맞아 연초부터 일제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연말 들어 다소 주춤한 상태로 마감했다.
반도체 업황의 전망을 놓고 퍼지는 ‘비관론’과 불리한 환율효과 등 악재를 딛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내년에는 증권가 예상에 걸맞는 상승세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29일 증권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은 약 341만 원으로 집계됐다.
28일 종가인 254만8천 원보다 34% 정도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 평균은 약 10만3천 원으로 28일 종가 7만6500원과 비교해 약 35% 높다.
올해 장이 처음 열린 1월2일부터 마감일인 12월28일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약 42%,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71% 급등했다.
연초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력상품인 메모리반도체가 심각한 수준의 공급부족을 보이며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반도체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거둘 것으로 유력시되며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11월 초 약 286만 원, SK하이닉스 주가가 10월 초 약 9만 원까지 높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주가는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외국 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올해 최고 54%를 웃돌다가 최근 52%대로,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기존 50% 이상에서 47%대로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는 “일부 한국 증권사들마저 목표주가를 낮춰 잡으며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며 “내년 실적 전망과 반도체 업황에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메모리반도체 업황변화의 영향을 대부분 그대로 받는 만큼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분석기관 트레피스는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약 218만 원까지 낮춰 내놓았다. 국내 증권사의 최고 목표주가인 380만 원과 눈에 띄게 차이난다.
그만큼 삼성전자 주가 예측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업황전망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반도체기업들의 과잉공급이 가격 하락과 업황 악화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수요가 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과 서버업체 등 반도체 고객사들이 가격 상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도 변수다. IT기술 발전으로 고용량 메모리 탑재가 필수로 자리잡은 반면 가격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왼쪽)과 SK하이닉스 이천 M14공장. |
내년까지 원화 강세로 수출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리한 환율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달러 가치가 10원 낮아질 때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3천억 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IT산업 발달에 따라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어 올해와 같은 호황기가 장기간 계속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 상승세를 곧 되찾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환경에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년 주가흐름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
결국 내년 초에도 주가가 당분간 증권사들의 전망과 반도체 가격변동, 환율 등 변수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들어 시설투자계획 등 반도체업황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를 이전보다 더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주가에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