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어려운 일, 모르는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걸 실현하려는 의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대로 가면 기업과 국가, 국민 모두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사이의 수직적 구조 공정화와 중소기업 사이의 수평적 구조 활성화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초청강연 첫 머리에서 맥킨지가 낸 두 차례의 국가 보고서를 들었다.
맥킨지는 1997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샴페인잔과 같다고 비유했다. 세계적 대기업들을 거느리고 있고 영세기업은 많지만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2012년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에 빗댔다. 이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언젠가 죽고 만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1997년 보고서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는데 영세기업은 늘고 중견·중소기업은 줄어 샴페인 구조가 더 심화했다”며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중소기업이 2~3개 대기업에 전속되기 쉽다고 바라봤다. 하도급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칙적으로 사업자 대 사업자로 대등한 관계여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여러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중소기업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났다. 납품단가 산정에 노무비를 반영하도록 하고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차 이하 협력업체 거래조건도 개선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힘을 쏟고 있는 기술탈취 문제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경찰청 등과 협력해 내년 초 관련 대책을 발표한다.
또 법제도로 규제하는 ‘하드로(hard law)’뿐 아니라 업계의 자정노력과 자율규제인 ‘소프트로(soft law)’도 중요하다며 최근 유통업계와 가맹업계 상생방안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도록 계속 살펴보겠다고 했다.
협동조합 등 중소기업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제도적 어려움도 풀어주기로 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공동구매·공동판매 등을 담합으로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고시를 통해 규정을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담합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유럽 중소기업의 경우 자국 시장이 크지 않아도 유럽연합(EU) 전체를 내수시장으로 거느리고 있다며 우리 중소기업도 해외로 거래선을 다변화해 전속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활동을 향한 우려를 놓고도 적극 해명했다. 대표적으로 공정위가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예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 선진국은 이미 극복했고 후진국은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우리만의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외국의 사례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외국은 계약법 노동법 등 다른 법에 이미 들어 있는 내용들이고 현실에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가 탄핵정국 속에 갑작스럽게 출범해 정권 초반 정책 추진속도에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 스스로도 국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처음 만났을 정도로 손발을 맞출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출범 후 곧바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려 최저임금이 올라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컸을 것”이라며 “정부 경제운용 방향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이 초반에 강조되고 혁신성장은 뒤늦게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생각에 이제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됐다”며 “그런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