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2-11 15: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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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우 삼성중공업 새 대표이사 사장이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터널에서 탈출을 진두지휘한다.
남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가리지 않고 생산관리 전반을 도맡아 온 조선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허리띠를 더욱 바짝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신임 대표이사 사장.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1일 “남 부사장은 프로젝트매니저로서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데다 시운전팀장으로 일하면서 고객과 접점도 많다”며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가리지 않고 안전관리 등 생산현장을 두루 책임져 온 조선전문가”라고 말했다.
남 사장은 2018년 1월26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친 뒤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남 사장은 1958년 태어나 올해 만 59세다. 삼성그룹이 최근 만 60세 이하의 경영진으로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한 점도 남 사장의 새 대표이사 내정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뒤 선박개발 담당과 고객지원팀장, 시운전팀장을 지냈고 올해 5월부터 조선소장으로 일하며 조선생산 관련 부문을 두루 거쳤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등 해양부문에 집중했지만 2015년과 지난해 해양플랜트 발주가뭄이 닥치고 건조경험, 기본설계능력 부족 등으로 해양부문에서 결국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상선부문 수주도 경쟁사보다 부진해 이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올해 5월에는 타워크레인이 붕괴되는 아찔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능력을 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남 사장이 앞으로 삼성중공업의 상선부문 경쟁력과 안전관리능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남 사장은 전임인 박대영 사장으로부터 대표이사로 직접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 사장은 삼성중공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018년은 삼성중공업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약속한 구조조정의 사실상 마지막 시한이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수주 150억 달러를 확보하고 직원도 2016년 초 1만4천여 명 수준에서 8천~9천 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보이는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발주가 줄고 상선부문 수주에서도 힘을 쓰지 못해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신규수주 70억 달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인력 구조조정 작업도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것의 50% 정도 진행되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 직원 수는 2016년 초 1만4천명 수준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만1300명 수준으로 줄었는데 앞으로 최대 3천여 명을 더 내보내야 할 수도 있다.
남 사장이 2018년 신규수주를 올해보다 대폭 늘리고 노조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 감원작업을 끝까지 지휘해야 한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안 이행률은 65%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남 사장이 구조조정 작업을 완수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 2018년 5월까지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조달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원활하게 진행할 경우 2018년 차입금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금융기관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상증자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바라봤다.
삼성중공업 새 사내이사 후보로 정해규 전무와 김준철 전무가 낙점됐다. 앞으로 정 전무와 김 전무가 삼성중공업 부사장에 경영을 이끌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해규 전무는 1962년 생으로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실장 전무를 지내고 올해부터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 전무를 맡고 있는 재무통이다.
김준철 전무는 2014년 삼성중공업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통합PM전무를 거쳐 2015년부터 해양PM(프로젝트 관리)담당 전무를 맡고 있는 해양부문 전문가다.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남 사장과 김준철 전무가 이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