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사장이 그룹 핵심사업인 조선부문과 영업부문의 실질적 경영을 도맡게 되면서 수주부진 등 위기극복의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5일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지만 현대중공업의 선박영업부문장, 기획실 부실장 직위도 유지한다”며 “현대중공업에서도 전무가 아닌 부사장급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14일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인사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됐다. 앞으로 안광헌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로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이끌게 됐다.
정 부사장은 이번 인사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에 오르면서도 현대중공업에서 맡고 있던 직위 역시 내려놓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라는 계열사 대표로 나서지만 현대중공업의 선박영업활동까지 포괄적으로 수행하며 그룹에서 경영보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다. 선박을 인도한 뒤 폐선될 때까지 정비·수리·개조서비스를 비롯해 엔진 등 부품을 공급하며 발전소용기자재 부품조달, 기술지원 관리 등 선박과 관련한 서비스 대부분을 제공한다.
정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오가며 스마트십 등 친환경, 최신선박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정 부사장은 선박과 해양부문 수주활동과 미래먹거리 구상에,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노무 등 현대중공업 내부사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역할을 나눠맡게 될 수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이번 사장단인사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내려놓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실무적 차원에서 정 부사장이 권 부회장의 빈자리를 일정 부분 대신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더욱 넓힌 셈이다.
정 부사장은 2015년 현대중공업 전무로 승진해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을 맡은 뒤 가삼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사업대표 사장과 보조를 맞춰왔다. 가 사장이 정 부사장과 해외영업활동에 전념하며 멘토역할을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사장은 2015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해운사 바흐리,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등과 5조 원 규모의 합작조선소 건립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폴라리스쉬핑과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건조계약을 맺는 데 참여하며 크고 작은 경영성과를 내왔다. 정 부사장이 이런 경영성과를 내는 데 가 사장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정 부사장이 가 사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앞으로 선박영업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 부사장을 바라보는 현대중공업 내부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 부사장은 2014년 말 인사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15년 전무, 2017년 말 인사에서 계열사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세습경영이란 회사 안팎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