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전 삼성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이 물러난지 8개월여 만에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를 총괄하는 새 조직의 수장으로 중책을 맡아 전격적으로 복귀했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삼성전자에 이재용의 ‘친정체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단인사를 실시하며 정현호 사장이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그룹 차원의 인사를 총괄하는 삼성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을 맡다가 2월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퇴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중책을 맡으며 복귀했다.
이 부회장이 정 사장을 특별히 신임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의 복귀가 삼성전자에 ‘이재용 시대’를 열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젊은 사장단을 경영전면에 내세우며 대규모 인적쇄신을 추진한 이번 사장단인사 역시 정 사장이 실무작업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정 사장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는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전략실 해체 뒤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들이 공통적 사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조직을 삼성전자에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규조직은 과거 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전자계열사 전반의 사업전략 수립과 인사, 투자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전자계열사, 삼성생명이 지배하는 금융계열사의 두 축을 세우는 지배구조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셈이다.
정 사장이 이런 지배구조 변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삼성비서실 재무팀에서 경력을 쌓다 2011년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에 올랐다. 경영진단팀장은 삼성그룹의 감사와 윤리경영 등을 책임지는 자리다.
2015년 인사팀장으로 보직이 바뀐 뒤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지위가 높아졌다. 삼성그룹에서 2015년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구조조정 등에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아 경영복귀의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대규모 조직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사장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앞으로 이 부회장의 쇄신기조에 맞춰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에 사업재편과 대규모 인사 등 변화가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와 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등 대규모 세대교체에 나선 가운데도 권오현 대표 등 기존 주요 경영진을 승진해 자문역으로 앉히는 등 안정을 추구했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 사장의 ‘깜짝' 복귀와 전자계열사 총괄조직 설립계획 발표는 결국 삼성그룹에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 강화되는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역시 이전부터 오너일가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던 ‘재무통’ 이상훈 사장이 맡게 된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들이 중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