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10-30 16: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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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새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권오갑 부회장과 강환구 사장은 내심 노조 집행부 선거를 통해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부담을 더욱 안을 수밖에 없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과 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이런 교착상태가 지속되거나 노조가 회사에 더 강한 압박을 넣을 수도 있다.
3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31일 새 집행부를 뽑기 위해 박근태 후보와 황재윤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네 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어떤 후보도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해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결선투표에서 박근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태 후보는 27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 49.03%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는 2위인 황재윤 후보보다 2배 가까이 더 표를 얻었다.
박근태 후보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분과동지연대회의’ 소속이다. 분과동지연대회의는 강성성향의 백형록 노조지부장도 소속되어 있다. 박근태 후보는 고용안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2016년과 2017년 통합 임단협도 올해 안에 끝내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권오갑 부회장과 강환구 사장 등 현대중공업 회사측의 고민도 깊어질 공산이 크다.
박근태 후보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를 이끌 경우 백형록 지부장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에 강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가 기본급 20% 반납에 동의하지 않자 기본급 반납안을 거두는 대신 무급순환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방안을 8월 내놨다.
최악의 경우 회사측이 ‘감원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내비친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회사는 도크에 일감이 모자란다는 점을 들어 조선사업부를 대상으로 순환휴직도 실시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순환휴직 방침을 놓고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위한 전 단계라면서 8월 말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2016년 임단협도 2년째 표류하고 있다.
박근태 후보의 새 노조집행부도 파업을 벌이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2016년과 2017년 통합 임단협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회사가 2016·2017년 통합 임단협과 관련해 새 노조 집행부로부터 더 무거운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박근태 후보가 노조집행부를 이끌 경우 노조원들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기존보다 더 강력하게 회사에 맞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안정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노조인 전국금속노조도 올해 강성 성향의 김호규 위원장이 당선됐는데 앞으로 현대중공업 노조와 시너지를 내 회사와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사가 강성 노조에 맞서기 위해 강력한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인력감원인데 인력감원은 노조뿐 아니라 정치권의 반발에도 부딪힐 수 있다.
권오갑 부회장과 강환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제로 의원들의 질문공세를 받을 만큼 현대중공업의 고용문제는 중요한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통합 임단협 문제도 강환구 사장과 백형록 지부장이 출석한 채로 국감에서 1시간 가까이 논의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신규수주가 지난해보다 56% 늘어난 만큼 인력감원을 밀어붙이는 데 직원들은 물론 정치권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