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인보사의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아 인보사 개발에 대한 소회와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3박4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의 바이오계열사 티슈진이 코스닥에 상장한다. 성공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무릎 골관절염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개발에 착수한지 19년 만이다.
인보사는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이 회장도 조만간 끝을 볼 수도 있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티슈진이 코스닥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예정일은 11월6일이다.
티슈진은 24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299.5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7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인 6.95대 1, 지난해 11월 신라젠의 172.5대 1보다 높다.
티슈진이 개발하고 있는 인보사는 무릎 골관절염의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한 번 주사하면 2년 동안 통증이 경감되고 손상된 연골도 재생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골관절염은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었는데 효과만 입증된다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관건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임상3상이다. 인보사는 현재 한국 임상3상과 미국 2상을 마치고 미국 3상을 앞두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상업화 승인확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임상3상에 올라온 의약품 가운데 58.1%만이 통과했다.
시판이 허가된다고 해도 디모드(DMOAD), 즉 질병의 ‘근본적 치료제’로 인정되느냐에 따라 시장성은 크게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인보사가 근본적 치료제로 인정받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 인보사 출시를 허가하면서 ‘무릎 통증 및 기능 개선 효과’는 인정했지만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효과’는 없다고 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감은 근본적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3상에서도 이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인보사가 골관절염 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크게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열 회장도 미국 3상 통과에 온통 시선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티슈진은 최근 미국 3상의 성공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연구개발(R&D) 투자금을 98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늘렸다. 그만큼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국내 임상은 대상과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임상범위가 넓어져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인보사에 무려 19년을 투자했다.
1998년 11월3일 인보사의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사업검토보고서를 받아들었는데 다음해 6월참모진의 만류에도 바이오계열사 티슈진을 미국에 세워 인보사 개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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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쏟아 마치 넷째아들 같다”며 “0.00001%의 가능성 속에서 태어나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코오롱그룹의 새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제2이동통신사업(신세기통신)을 매각한 점을 놓고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기도 했다.
인보사는 이 회장에게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코오롱그룹의 미래를 열어줄 수도 있고 또다른 후회로 남을 수도 있다.
그 끝이 거의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