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의 2인자들은 총수의 복심이다. 총수의 의중을 파악해 경영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오너가 있는 곳일수록 2인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롯데지주의 출범과 함께 대표를 맡고 있는 황각규 사장은 최근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2인자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에서 신동빈 회장의 시대가 열리면서 ‘포스트 이인원’으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황각규 사장은 각종 대외활동을 부지런히 챙기며 신 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황 사장은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에 오르면서 2인자 입지가 확고해졌다. 신 회장의 ‘뉴 롯데’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롯데그룹에서 오랫동안 2인자로 군림했던 이인원 부회장의 위치를 황 사장이 대신하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기도 했지만 황 사장은 그 존재감이 더욱 뚜렷하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전문경영인 최초로 부회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생전에 앞으로 나서기를 꺼렸다. 경영권 분쟁사태가 일어나고서야 대중의 주목을 받았을 정도다.
반면 황 사장은 재판 준비로 바쁜 신 회장을 대신해 주요행사들을 주도하며 대외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4월 롯데그룹의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비전을 발표한 데 이어 얼마전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도 이끌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사장은 언론노출이나 2인자로 불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영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이 부회장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방식으로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균형을 맞췄다면 황 사장은 신 회장과 성향이 비슷하다.
황 사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로서 신 회장의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두산주류(롯데주류),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등 굵직한 인수는 모두 황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기업문화가 보수적이고 의사결정도 느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황 사장은 저돌적인 경영스타일로 ‘롯데맨 답지 않은 롯데맨’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보좌할 적임자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황 사장이 2인자를 확실히 굳힌 것은 올해 초다. 이 부회장이 별세한 뒤 그가 이끌던 정책본부를 맡을 후임으로 소진세 롯데그룹 사장과 거명됐는데 3월 정책본부를 개편한 경영혁신실의 수장을 황 사장이 차지했다.
롯데지주 출범 이후 롯데그룹 BU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과 황 사장의 의전서열 문제 등을 놓고 애매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부회장인 이원준 유통BU장, 이재혁 식품BU장보다 황 사장의 직급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지주가 재무와 인사 등에서 쥐게 되는 막강한 권한을 감안하면 직급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도 2인자를 경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오히려 권력분산을 기꺼워하는 스타일”이라며 “대외적인 건 모두 황 사장에게 맡겨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