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운데)가 지난 2015년 11월20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당무감사원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
야구에서 구원투수는 고독하다.
위기상황에서 팀을 구하기 위해 오르는데 구원투수이다 보니 이기면 당연하고 지면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김조원 대표이사 내정자는 어떨까?
방위산업 경험도 전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보은인사라는 비난 속에도 담대함으로 한국항공주산업을 위기에서 건져낼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25일 열릴 한국항공우주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다.
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어 공식적인 회사 입장을 발표하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대표 자리를 채워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되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7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및 고등훈련기 T-50 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뒤 하성용 전 사장까지 구속기소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해외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김인식 부사장이 자살하면서 입찰을 앞둔 중요한 사업들도 무산될 수 있어 내부 위기감은 깊고도 넓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라는 자리는 김 내정자에게 자칫 독이 든 술잔이 될 수도 있다. 구원투수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가 구원투수로 성공할 수 있는 무기는 감사원 사무총장을 거칠 정도로 회계에 밝다는 경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경영정상화의 첫걸음은 재무제표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김 내정자도 “회계가 전공인 만큼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왜곡된 정보는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목에서 시장도 김 내정자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김 내정자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일하는 등 권력과 가깝다는 점도 방위산업을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방위산업은 특성상 정부와 멀어져서는 일을 하기 힘들다. 역대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은 그래서 권력과 가까워지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정상화의 핵심을 차지하는 수출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당장 올해 연말 17조 원 상당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고 이 사업을 위해 총력을 쏟아왔다.
물론 이 사업에서도 정부의 측면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고단한 길을 걸어야 하고 김 내정자도 '방위산업 경험이 없는 CEO의 한계‘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이제 고독하게 한국항공우주산업을 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