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수제맥주의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6일 “맥주부문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홍천, 전주, 마산에 있는 맥주공장 한 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대상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맥주사업에서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장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상반기 맥주부문에서 영업손실 434억 원을 냈다. 2014년 225억 원, 2015년 40억 원, 지난해 217억 원을 내면서 4년 동안 누적 적자규모가 1천억 원에 이른다.
맥주공장의 가동률도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전주, 홍천, 마산 등 공장에서 연간 최대 150만kℓ를 생산할 수 있으나 상반기 34.4%를 가동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가동률은 44%였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등 맥주는 맥주시장에 위축되고 있다.
상반기 하이트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30%대에 머물렀는데 2006년 6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업계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 맥주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마트에 따르면 상반기 이마트의 전체 맥주매출에서 수입맥주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맥주의 종류도 지난해 200여 개에서 올해 500여 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1월부터 7월까지 맥주수입액은 1650억428만 원(1억439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어났다. 올해 수입맥주규모는 3439억5천만 원(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제맥주의 가파른 성장세도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제맥주시장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100%이상씩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수제맥주시장의 규모는 200억 원대로 전체 맥주시장의 규모인 5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신세계그룹은 일찌감치 수제맥주의 높은 성장가능성을 알아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2014년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에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내며 직접 수제맥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부산 센텀시티와 스타필드하남에 각각 2,3호점을 냈다. 최근 누적고객이 1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수제맥주시장은 10년 안에 2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맥주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 OB맥주를 인수한 사모펀드 KKR에 맥주판매 선두자리를 내줬다. 2005년 진로를 인수한 뒤 맥주사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탓이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소주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맥주사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을 지키기 위해 2006년과 2010년에 ‘맥스’와 ‘드라이피니시d’ 등을 내놨지만 마케팅 역량이 분산하는 역효과만 낳았다”며 “다양한 맥주 출시로 하이트진로의 시장지위만 오히려 약화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