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완성차기업들의 중국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삼성SDI는 그동안 중국에서 전기차배터리사업에 고전했는데 중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들에 공급을 확대하며 반등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4일 “중국정부가 전기차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성장기회를 노리는 완성차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정부는 최근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해외 완성차기업들이 중국에 자체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을 내놓았다.
완성차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려면 기존에는 현재업체와 5:5의 비율로 합작법인을 설립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선진국으로 도약을 노리는 중국정부의 노력이 보태져 테슬라 등 선두업체들이 진출을 적극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정부가 세계 전기차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현지 자동차업체를 보호하는 것보다 해외기업들의 진출로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 전기차시장의 급성장에 현지 완성차기업들만 수혜를 독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동안 유력했는데 해외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시장변화에서 삼성SDI와 같은 전기차배터리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정부가 지난해부터 삼성SDI와 LG화학 등 해외업체의 전기차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자국기업의 배터리를 대신 공급받아 탑재하기 시작했다.
삼성SDI는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증설하자마자 이런 상황을 맞이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해외 완성차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배터리를 공급받기보다 삼성SDI의 중국공장에서 배터리 수급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업체들이 그동안 해외기업에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한 경험이 거의 없는 만큼 완성차고객사들이 품질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기존 공급망을 유지하려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은 유럽 등 선진국가의 자동차업체에 전기차배터리 공급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고객사가 내수시장에 한정돼 수주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정부가 2021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면적으로 중단할 계획을 세운 만큼 해외 자동차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중국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할 이유는 더욱 적다.
삼성SDI는 특히 전기차배터리 주요 경쟁기업과 비교해 글로벌 완성차고객사를 더 다양하게 두고 있다는 장점을 갖춰 중국에 진출하는 업체가 늘어날수록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 중국 시안의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공장. |
한 연구원은 “중국정부의 개방적인 전기차정책은 한국의 기술력 높은 전기차 관련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정부의 이번 정책변화는 비야디 등 현지 자동차업체의 지분을 해외자본이 최대 10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기존 50%에 그쳤던 투자제한을 풀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 완성차업체는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해외기업들은 중국기업와 다양한 협력기회를 노려 투자에 활발히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5천억 원을 들여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비야디의 지분 4% 정도를 확보했다. 이번 규제완화로 삼성전자가 비야디에 투자를 늘려 자동차 전장부품과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등의 공급확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외부업체에 대규모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 수주에도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