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겉으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세워 신 회장과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신동주(왼쪽)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SDJ코퍼레이션은 6일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9월 안에 다시 만나 화해를 모색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롯데그룹 관계자는 “언제든지 화해할 의사가 있지만 9월 만남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과 달리 물밑 여론전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거나 합의된 사항이 아닌데 신 전 부회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것”이라며 “둘의 다툼을 부각해 국내에서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SDJ코퍼레이션의 대외홍보를 새롭게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근 신 전 부회장이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과 맺은 자문계약을 해지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SDJ코퍼레이션 명의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나왔지만 이 보도자료를 누가 작성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민유성 전 회장과 자문계약을 해지한 게 맞다"면서도 "새로운 홍보대행사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민유성 전 회장을 중심으로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공격적으로 대외홍보를 펼쳐왔는데 이런 전략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에서 별다른 인맥도 없이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상대로 지금과 같은 여론전을 펼쳐봤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처음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을 때 한국말이 서투르고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못해 언론대응을 잘 하지 못해 민 전 회장을 영입했는데 민 전 회장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는 듯하다”며 “민 전 회장이 주로 해왔던 언론대응 대신 소송 등 법무 쪽 업무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주총 결의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또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대홍기획, 롯데정보통신, 롯데카드 등 5개사에 대한 회계서류 열람 및 등사처분 신청도 법원에 제기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국내 7위의 대형 로펌이다.
일각에서 두 사람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 화해하며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지 못할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신 부회장이 물러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그동안 공석이었던 SDJ코퍼레이션 대표이사에 직접 올랐다. 이와 함께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부인 조은주씨도 등기임원이 됐다. 신 전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분쟁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 전 회장은 신 전 부회장으로 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아직 아무런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 전 회장은 “현재 확정된 부분이 없다”며 “1~2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