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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왼쪽)가 정우택 원내대표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이후 정우택 원내대표와 불협화음을 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홍 대표가 대체로 문재인 정부에 협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정 권한대행은 선명한 대여 강경노선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홍 대표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당이 조용하다는 것은 공동묘지의 평화”라며 “서로 고성도 지를 수 있으면 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은 내부의 치열한 논쟁도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씹는 소리를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발언은 정당 내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으로 보이지만 최근 정 원내대표와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엇박자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와 추경편성안, 정부조직법안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성과 평가까지 번번이 다른 의견을 내놨다.
홍 대표가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 직후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적격자로 드러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제도”라며 “판단은 국민의 몫이며 우리가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정 원내대표는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 장관 후보자를 ‘신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하고 강력한 반대입장을 지키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G20 외교 성과를 두고서도 두 사람은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10일 “G20 회의를 마치고 문 대통령이 오늘 오셨다”며 “해외에 나가 국익을 위해 외교활동을 하셨는데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고 평가했다. 강효상 대변인도 “한국당은 국익을 위해 대통령이 노력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논평을 내 거들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다”며 “이게 무슨 성과냐, 너무 나갔다”고 깎아내렸다.
정 원내대표와 강 대변인은 논평을 두고 얼굴을 붉히며 충돌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몸 조심’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에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지명했는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지명되면서 홍 대표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며 홍 대표를 기소한 주인공이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홍 대표와 달리 정 원내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통해 정치적 중량감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원내대표는 ‘충청권 차기맹주’를 자임하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한다.
몸을 낮춰야 하는 홍 대표와 최대한 대립각을 세워 무게감을 키우려 하는 정 원내대표의 상이한 처지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엇박자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