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럽식 의사결정구조로 삼성그룹이 그룹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설립한 재단과 삼성그룹의 관련성을 따져볼 것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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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23일 4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
김상조 위원장이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에 유럽식 ‘듀얼 어프로치’ 지배구조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달리 유럽에 지주회사, 순환출자 기업집단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집단이 존재한다”면서 “법적 조직이든 아니든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지만 여기서 내린 결정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다시 리뷰하고 승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기업은 각 계열사 차원에서 주거래은행과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라는 통제장치가 있다”며 “그래서 그룹 차원 컨트롤타워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회사 차원에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현실에 맞는 듀얼 어프로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컨트롤타워를 유지하되 컨트롤타워가 내린 결정을 계열사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그룹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된 삼성꿈장학재단과 삼성그룹의 관련성도 살펴보기로 했다.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X파일 사건의 결과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내놓은 8천억 원을 재원으로 2006년 설립됐다. 법적으로는 삼성그룹과 관련이 없지만 삼성SDS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고 재단 이사회에 삼성계열사 출신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된 후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다시 살펴 볼 것”이라며 “법체계상 삼성꿈장학재단이 특수관계인이 아닌 것은 맞겠지만 삼성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사과하고 재단을 만든 것이라면 그룹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며 “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사회에 계열사 임원이 오는 것을 신경쓰지 않겠지만 주식을 들고 있으니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은 법적으로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사회나 시장의 기대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것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저격수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도 설명했다.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대기업에 문제를 제기하기 전 비공개 질의서를 보내 사전에 협의했는데 삼성과 한화만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공개질의 형식을 취하게 됐고 그 모습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저격수의 이미지가 형성됐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질의 10개를 보내면 5개 정도는 기업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된다”며 “3개 정도는 문제제기가 정당하지만 시간이 필요해 지켜봐야 하는 것이고 공개적으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은 한 두개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비공개 질의에 책임감있게 대응했다면 삼성저격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