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조직을 분리해 각각의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조직이 혼재된 채 구분없이 운영되고 있는 부서들이 많았는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현대카드본부, 현대캐피털본부 등 주요 본부를 만들어 두 회사 업무를 분리했다. 이런 방향의 조직개편은 19일부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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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 |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영업이나 상품개발 등 업종 특성상 같이 운영할 수 없는 부서를 제외하고는 전략기획, 경영지원 등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 두 회사의 업무를 함께 처리해 왔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경영지원본부 안에 재무, 인사, 홍보 등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식이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앞으로는 현대카드의 재무, 인사,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현대캐피탈을 지원하는 직원들이 각각 나뉘게 됐다.
또 새롭게 만들어진 디지털본부와 글로벌본부가 각각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업무를 주로 맡게 됐다. 이는 두 회사의 분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각각의 사업 정체성이 더욱 확실해지고 두 회사 각자 독립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업무분리를 두고 일각에서 정 부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요구를 들어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올해 1월 GE캐피탈로부터 현대카드 지분 23.99%를 사들이면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현대차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커머셜을 제외하고 현대카드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조직 운용이 혼재돼 있는 것을 지적하고 조직분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책임경영이 강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양사 경영전략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앞으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경영간섭이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어피니티컨소시엄 입장에서는 3년 안에 현대카드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단기적 전략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어피니티컨소시엄는 지분 매입 당시 현대카드가 3년 안에 상장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주간계약(SHA)를 체결하고 2020년 현대카드가 상장하는 시점을 전후해서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당장의 카드 판매 실적보다는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경영키워드를 강조하며 연구개발 등에 집중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오너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보다 장기적인 관점욿 사업에 접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하기 힘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어피니티컨소시엄과는 관련이 없다”며 “혼재돼 있던 조직들을 분리·통합해서 현대카드의 디지털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