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그룹과 만날 계획을 밝히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너공백을 겪고있는 삼성그룹에서 누가 대표자로 나설지 주목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오너일가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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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은 22~23일께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그룹의 의사결정 최고책임자를 직접 면담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정조율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일방적인 재벌개혁보다 대기업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긍정적인 방향의 기업문화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4대그룹은 아직 김 위원장과 면담에 누가 참석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도 알려지지 않아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그룹이 가장 큰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LG그룹은 모두 총수일가가 그룹차원의 경영을 총괄하며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총수가 직접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총수일가의 참석이 어렵다.
물론 김 위원장과 면담에 각 그룹의 최고 전문경영인이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유력하게 나온다. 지주사체제를 갖춘 SK와 LG그룹은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하현회 LG 사장 등 그룹차원에서 경영을 담당하는 인물이 나설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노사관계와 협력사 관리 등을 책임지며 공정위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있는 윤여철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재 유일한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인 만큼 가장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 외에 다른 계열사도 총괄하는 그룹차원의 문제에는 나선 적이 없는 만큼 이번 면담에 나서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미래전략실을 통해 그룹차원의 경영을 총괄했지만 2월 완전히 조직을 해체한 뒤 각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그룹차원의 문제에 대응방법이 마땅치 않다.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과 면담에서 순환출자 해소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최근 다시 떠오른 위장계열사 문제 등 삼성전자보다는 그룹 차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권 부회장을 대체할 인물도 마땅치 않다. 삼성그룹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도 후보로 꼽히지만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룹차원에서 역할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면담에 누가 나설지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복귀 때까지 삼성그룹에서 역할을 확대하며 공백을 대체할 경영자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다른 대기업에서 총수일가가 직접 참석하며 그룹차원의 문제에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경우 삼성그룹에서 전문경영인인 권 부회장이 나서는 것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부진 사장이 이번 면담을 계기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룹차원의 경영에서 오너일가의 책임을 강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사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권 부회장과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수사를 받을 당시부터 그룹차원의 경영을 책임질 주역으로 거명돼왔다. 이번 면담이 삼성그룹에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