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북미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차급에서 신차를 선보이면서 신차효과로 올해 판매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며 현대차가 올해 미국에서 선보인 주요 신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쏘나타 부분변경모델 등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으로 G80스포츠가 4월에 출시됐고 G70도 하반기에 첫선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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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쏘나타 뉴라이즈'. |
하지만 현대차 신차가 겨냥하는 차급에서 판매가 감소세를 보여 미국에서 신차효과를 크게 보기는 힘들 수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토요타의 프리우스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1분기보다 17.8% 줄었다. 같은 기간에 중형세단 판매는 17% 줄었고, 고급차 판매도 12% 감소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시장 판매에서 SUV, CUV 등을 포함한 경트럭 판매비중은 지난해 60%를 넘어선 데 이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SUV 수요가 늘어나는 데 맞춰 투싼, 싼타페, 싼타페스포츠 등 미국에서 판매 중인 SUV의 생산량과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SUV 신차 부재로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미국에서 SUV 수요확대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제타와 파사트 등 세단을 주력 판매차량으로 내세우던 데서 지난해 소형SUV 신형 티구안을 출시했고 올해는 신형 티구안 롱베이스모델과 대형SUV인 신형 아틀라스도 출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미국에서 소형SUV 코나를 투입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싼타페 완전변경모델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SUV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가 SUV 신차효과에 힘입어 미국판매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SUV 수요는 여전히 높은 반면 승용차 판매비중은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며 “현대차가 미국에서 주요 완성차회사 가운데 SUV 비중이 가장 낮고 중소형세단 비중이 높아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는 수요감소, 재고증가, 가격경쟁 심화 등으로 미국 상황이 어렵지만 이미 예상했던 상황으로 우려하기보다는 중장기 개선 가능성과 대응방향에 무게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부진을 이어가면서 북미법인 주요 임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북미법인장이, 최근 데릭 하타미 전 판매담당 총괄부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지만 사실상 판매부진의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법인장과 판매담당 총괄부사장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주요 임원들의 공백으로 현지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해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올해 들어 미국출장길에 세 차례나 오르면서 미국을 챙기고 있지만 판매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5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난해 5월보다 15.5%나 감소한 6만11대를 팔았다. 5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0.9%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미국판매 감소폭은 큰 편이다.
올해 초부터 5월까지 현대차의 누적 미국판매도 29만18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