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매력적인 매물로 바꾸기 위해서 가야할 길이 험난해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내년에 다시 경영난 겪을 가능성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2조9천억 원의 신규자금을 수혈해도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하반기부터 발주처에 인도하는 선박의 수가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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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이 매체는 “최근 선박발주가 부진한 점을 감안할 때 수주잔고 감소로 2019년에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레이드윈즈의 전망은 삼성KPMG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을 진단한 뒤 내놓은 실사보고서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삼정KPMG는 대우조선해양이 추가자금을 지원받은 효과로 올해와 내년에 ‘반짝’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2019~2020년에는 다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삼정KPMG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영업이익 5391억 원을 내 흑자로 전환하겠지만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875억 원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영업손실 1513억 원, 854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규모를 줄여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든 뒤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에 매물로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2년 동안 대규모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립 사장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정 사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 최적의 매물로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적자의 늪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을 해소하지 못하면 매각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 성공적 인력감축이 핵심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트레이드윈즈는 국내 한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대우조선해양이 향후에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상황 등에 따라 생산능력과 인력을 더 많이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모두 50척가량의 선박을 건조해 발주처에 인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만큼 당장 인력을 감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최근 사채권자 집회에서 시설과 인력감축 등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개인투자자의 질문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이 많아 무조건적으로 인력을 감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말까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고의 절반가량을 인도하는 만큼 하반기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신규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내년 상반기까지 1천여 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것을 못박아뒀다.
인력감원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 모두 5천 명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인력감원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비교해 경영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에 추가자금 지원이라는 손을 벌린 점까지 감안하면 인력감원 규모를 확대해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