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 건물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천장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병원들은 그동안 병실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진료환경의 질은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경기 지역의 20개 병원을 조사한 결과 12개 대학병원에서 석면천장재를 쓰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석면이 들어간 천장재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고려대 안암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등이다.
이 가운데 6개 병원은 ‘석면관리위해등급’이 ‘높음’으로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기준 농도의 30~50배를 벗어난 백석면이 발견됐다. 이런 천장재가 확인된 208곳은 부서져 있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그 전에 사용된 석면에 대해서 교체규정이 없어 상당수 건물에서 그대로 쓰이고 있다.
오래된 석면제가 공기에 날릴 경우 환자들은 폐암이나 각종 폐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최예종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모든 병원의 석면지도를 공개하고 환자들이 그것을 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등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들은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건물들이 석면사용 금지법이 시행된 2009년 이전에 지어졌을 뿐 아니라 최근 구역별로 석면 제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을 전부 뜯어내고 공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리모델링을 하면서 보수공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병원들이 '병실 수 늘리기' 경쟁에 치중하면서 진료환경의 질은 외면한 결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병실만 2천 개가 넘으며, 서울성모병원은 2005년에 비해 60% 이상 병실 수가 늘어났다.
의료보건단체의 관계자는 “석면 천장재는 병원들이 공급확대 경쟁을 벌이면서 의료의 질이 악화된 사례 가운데 하나”라며 “병원들이 최근 적자를 탈출하려고 인건비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리모델링작업이 진행되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