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PC의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며 업무환경도 점차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사업체질을 갖춰 기업대상 모바일사업에서 단기간에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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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13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6220만 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2.4% 줄어들며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피스’와 같은 윈도 태블릿도 PC로 포함한 결과다. 빠르게 성장하는 윈도 태블릿의 판매량을 고려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트너는 “소비자들은 이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PC를 교체하지 않는다”며 “PC업체들이 유일하게 살아남을 길은 기업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경우 가트너와 달리 윈도 대신 구글의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크롬북’을 포함해 집계한 결과 1분기 PC 판매량이 5년 만에 소폭 반등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크롬북은 주로 30만 원 이하의 저가에 출시되며 전 세계의 학교 등 교육기관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윈도용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지만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S 등 주요업체가 오피스와 같은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램이 아닌 클라우드서비스 형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며 업무환경이 PC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기기를 업무용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점차 늘며 기업용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도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8을 출시하며 MS과 협력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MS는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탑재해 업무 활용성을 높인 갤럭시S8을 직접 판매한다. 기업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테크리퍼블릭은 “MS는 자체 모바일사업의 한계를 실감한 뒤 새 전략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갤럭시S8을 등에 업고 모바일분야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새 기능 ‘덱스’를 선보이며 MS와 직접 협력해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업무분야에서 모바일기기의 활용성을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전자업체 가운데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업무환경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시장에서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차지한데다 PC사업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 적극적으로 업무용 모바일시장 공략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시리즈로 기업대상 모바일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빠른 변화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 PC의 매출비중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애플의 PC는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장 충성스러운 애플 소비자들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PC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PC와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아이패드에 마우스를 지원해 업무 편의성을 높이지 못하는 것도 PC의 수요잠식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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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S8 '덱스' 기능으로 구동하는 MS의 오피스 프로그램. |
반면 삼성전자는 지금과 같은 전략을 더욱 강화해 모바일기기로 PC의 수요마저 잠식하며 기업대상사업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출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PC와 모바일기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삼성전자의 덱스는 기업시장에서 애플의 고객들을 빼앗아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유사한 시도를 했던 다른 업체들보다 발전한 기술을 보여주며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플랫폼 ‘녹스’를 덱스까지 확대적용해 해킹과 바이러스 등의 공격에서 자료와 정보를 완전히 보호한다며 업무분야에서 중요하게 꼽히는 보안기술 강화 노력도 강조했다.
또 갤럭시S8에 처음 적용한 인공지능기술을 업무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해 기업대상사업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13일 갤럭시S8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업체들과 협력해 B2B(기업대상) 갤럭시S8 출시를 확대하겠다”며 “업무분야까지 삼성전자의 생태계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