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국내선 운임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중국노선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기 위한 '꼼수' 인상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2일 “국내선 운임인상과 관련해 확정된 것 없으며 현재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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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아시아나항공은 4월18일부터 국내선 운임을 평균 5% 인상한다고 21일 밝혔다. 2012년 8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 인상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국적 항공사 가운데 국내선 운임을 인상하지 않은 곳은 대한항공과 에어서울 정도다. 진에어가 올해 1월 국내선 운임을 최대 5%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제주를 포함한 국내선 운임을 최근 두달 사이 줄줄이 올렸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노선별로 최대 11%씩 인상해 가장 높은 인상폭을 보였고 이스타항공이 최대 10%, 에어부산이 최대 6.7%씩 운임을 올렸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도 조만간 국내선 운임을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생 항공사인 탓에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에어서울을 제외하고 사실상 국내 주요 항공사 모두가 국내선 운임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항공사들이 앞다퉈 국내선 운임을 올리는 것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사들은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따른 영향으로 중국노선을 줄이는 대신 일본, 동남아노선 운항을 늘리면서 타격을 만회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1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한국관광 제한조치로 중국노선에서 단기적인 영업실적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신변안전 우려와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중국으로 가는 내국인 여객도 감소하는 등 영업과 재무 전반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의 경우 계열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가 이미 국내선 운임을 올린 만큼 수요를 잠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선 운임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줄줄이 국내선 운임인상에 나서면서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입는 손해를 내국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드보복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내국인 수요를 늘려서라도 피해를 만회해야 하는 시기에 항공사들이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다.
국내선 주요 노선인 제주는 사드보복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 3월 들어 21일까지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 가운데 내국인은 64만17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늘었지만 외국인은 8만5699명으로 44.9% 줄었다.
정부는 사드보복 타격을 줄이기 위해 관광업계에 475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지역 및 소상공인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줄어든 관광객 수요를 감안해 국내선 운임을 인상하기보다 특가항공권 등을 내놓는 등 내국인 관광 활성화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사드보복과 무관하게 운임인상을 결정한 것이라며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강조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운임을 인상한 것은 중국노선 운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지속적으로 악화한 국내선 영업환경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여행을 금지하기 전에 이미 운임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국내선은 중국노선 손해를 메울 만큼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