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대표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강하게 유지하면서 탈현장(OSC) 공법 확대를 통해 현장 변수를 최소화했다. 이런 사업 전략이 주력 해외 플랜트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 ▲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이끌고 있다. <삼성E&A> |
남궁 대표는 사상 첫 삼성E&A의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이끌면서 이를 기점으로 주택사업에 크게 의존하던 국내 건설업계가 변화하는데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E&A의 3분기 호실적을 이끈 일회성 이익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E&A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5006억 원으로 시장 전망(252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9619억 원이다.
4분기 별다른 돌발 변수가 없다면 삼성E&A의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는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최상위권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만이 달성한 이력이 있다.
이런 깜짝 실적의 배경으로는 통상 일회성 요인으로 분류되는 충당금 환입과 공사 완료 뒤 정산금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3분기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발전 프로젝트 정산에 따른 충당금 1천억 원 환입 등의 효과가 있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4분기에도 3분기와 마찬가지로 일회성 이익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론 반복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워 ‘일회성’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이는 삼성E&A의 수행 혁신과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구조적 성격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삼성E&A가 탈현장 공법(OSC)을 확대 적용해 해외 플랜트 사업 현장의 변수를 최소화한 영향이 지속해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탈현장 공법이란 건설 현장에서 하던 작업을 공장 등 별도의 장소에서 미리 수행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설치하는 건설 방식을 말한다.
삼성E&A는 공장이나 제작 야드에서 플랜트 주요 설비를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화 공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품질 확보와 공정 관리에서 유리해 현장별로 공법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은 다르지만 최대한 이를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여기에 수익성 위주의 강한 선별수주 기조를 유지해 해외 사업 위험을 사전에 통제한 점도 호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외 플랜트 사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공기 지연과 이에 따른 원가 상승 위험 등을 통제해 정산 시점에서 충당금 환입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E&A의 호실적과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치) 상향의 근간에는 모듈러와 설계가 있다”며 “현장 작업 최소화를 위해 모듈러 적용 비중을 40~60%까지 최대화하는 등 AI·디지털 설계 자동화에 투자해 왔고 설계 강화를 통해 모듈러 작업 극대화, 공기 단축, 반복 수주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바라봤다.
| ▲ 삼성E&A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수주와 매출,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 삼성E&A > |
탄탄한 본업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다음 과제는 AI 산업 발전에 따라 급성장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삼성E&A의 입지를 어디까지 키우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궁 대표도 올해 초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화공·비화공’에서 ‘화공·첨단산업·뉴에너지’로 개편하며 에너지 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에너지는 LNG와 암모니아, 수처리 등 삼성E&A가 강점을 지닌 석유화학플랜트와 구분되는 영역이다.
2025년말 기준 뉴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실적(세전순이익)은 전체의 19%에 그치지만 2030년에는 55%까지 키워 삼성E&A의 주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만큼 중장기 경영 성과는 뉴에너지 분야의 수주와 매출 가시화 여부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노르웨이 수소기업 넬(Nel)의 회복을 앞당겨야 할 필요성도 있다. 삼성E&A는 지난해 약 476억 원을 투입해 넬 지분 9.1%를 인수하며 수소 생태계 선점에 나섰지만 넬은 현재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넬의 3분기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1억1200만 크로네(약 159억 원)로 63% 줄었고 순손실은 1억4100만 크로네(약 200억 원)로 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본업에서 넉넉한 이익 체력을 확인한 만큼 남궁 사장으로서는 뉴에너지 신사업의 과실을 기다릴 수 있는 재무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재로선 삼성E&A의 실적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국내 건설사의 주식시장 내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내 건설사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지닌 탓에 실적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커 반복되는 이익이나 현금흐름보다 자산가치에 중점을 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중심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껏 시장에서는 건설사를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평가하면서 주로 ‘주택을 잘하는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삼성E&A는 뉴에너지를 비롯한 해외 사업에서 반복되는 이익을 올려 주택 중심이던 건설업계의 변화 기조에서 선봉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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