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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앞두고 바닥난 '손실과 피해 기금' 화두로, 부유세 통한 확충 목소리 커져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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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앞두고 바닥난 '손실과 피해 기금' 화두로, 부유세 통한 확충 목소리 커져
▲ 올해 9월에 발생한 네팔 홍수 참사 피해 현장 모습.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고인 물이 한 번에 쏟아지면서 인근 마을을 휩쓸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11월에 열리는 유엔 기후총회에 앞서 개발도상국들의 기후피해 복구를 돕는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도국들이 입고 있는 피해보다 실제로 마련된 기금 규모가 월등히 적어 효과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려면 화석연료 기업과 부유층 등에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개도국, 유엔 기후총회 의제에 '손실과 피해 기금' 제시 

15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다른 개도국들과 연대해 오는 11월9일부터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의제로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의 성실한 이행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이란 기후변화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으나 스스로 회복할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2023년 11월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당시 설립됐다.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내는 출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민간 기관, 기업의 자발적 지원금까지 포괄한다.

방글라데시 외에도 필리핀, 파키스탄, 리비아 등 최근 몇 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큰 피해를 입은 여러 국가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손실과 피해 기금의 규모를 보면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 기후단체 플랜1.5가 15일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손실과 피해 기금에 공여될 것으로 약속된 금액은 약 8억2219만 달러(약 1조1천억 원)로 이 가운데 4억4048만 달러(약 5900억 원)만 실제로 집행됐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당시에 공동으로 내놓은 제안에 따르면 손실과 피해 기금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2030년 기준 연간 운용 규모가 1천억 달러(약 134조 원)는 돼야 한다.

현재 실제 필요한 금액의 단 0.82%만이 공여가 약속된 셈이다.

◆ 네팔 홍수 참사로 손실과 피해 기금 확충 논의 다시 불 붙어

손실과 피해 기금 문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결정적 원인은 지난 8월에 발생한 네팔 홍수 참사 때문이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네팔 홍수 참사로 네팔이 입은 물리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액만 해도 약 27억 달러(약 3조6천억 원)에 달한다. 손실과 피해 기금에 공여된 금액을 모두 동원해도 모자라다.

이에 네팔 정부는 앞서 9월에 손실과 피해 기금의 긴급 확충을 촉구하는 서한을 국제통화기금(IMF)에 보내기도 했다.

스와르님 와글레 네팔 재무 장관은 서한을 통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자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손실과 피해에 직면했을 때 신속하고 유연하며 연대감 있는 대응 수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 이사회는 네팔을 돕기 위해 선진국 회원국들이 협의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실제 자금 지원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이미 손실과 피해 기금은 네팔 홍수 참사 건 외에도 다른 기후피해 복구 신청 건으로 사실상 고갈을 앞두고 있다.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손실과 피해 기금은 약 176건에 달하는 신청을 받았으며 이는 누적 28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현재 실제 공여된 금액보다 신청 금액이 약 6배 이상 큰 것이다.
 
유엔 기후총회 앞두고 바닥난 '손실과 피해 기금' 화두로, 부유세 통한 확충 목소리 커져
▲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남칼리만탄주에서 소방대원들이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소방호스를 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유세' 통한 해결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

COP28 당시 발표된 손실과 피해 기금에 관한 합의문을 보면 각국 정부 공여금이나 민간 기업의 기부 외에도 다른 혁신적 방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초부유층과 화석연료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매겨 개도국들이 입는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실제로 일으킨 책임은 이들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린피스가 올해 6월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최상위 부유층 0.01%의 연간 기후부채 규모는 약 9920억 달러(약 1330조 원)에 달한다.

기후부채란 기후목표를 지키는 선에서 1명당 배출할 수 있는 '공정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넘겨 배출한 양을 화폐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실질적으로 특정 개인이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입힌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한 개념인 셈이다.

이에 국제 캠페인의 전략을 조정하고, 조직 간 협력과 재정·법률·과학 지원 등을 담당하는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 각국 정부가 고액 자산가, 화석연료 기업들에 부유세를 매겨 이를 기반으로 기후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했다. 세계은행은 손실과 피해 기금 운용 주체를 맡고 있다.

게란스 무트월 그린피스 아프리카 공정 분배 프로젝트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책 대응만으로는 기후변화 완화, 적응, 그리고 손실과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긴급한 자금 지원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초부유층 오염 유발자들은 이런 와중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고오염 산업을 소유하고 투자하며 계속 이익을 얻어왔다"고 지적했다.

국제 기후단체 350.org도 1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각국 정부는 화석연료 기업, 고액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과세를 통해 기후변화 적응 및 피해 복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50.org 인도네시아 지부의 시실리아 데위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대규모 오염 유발자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정부들은 피해 복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은 공공 재원이 아니라 피해로 이익을 얻은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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