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현 전 사장 재임 당시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방향성과 속도 모두에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박 사장 취임 이후 명확한 방향성과 함께 구체적 상용화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 ▲ 박민우 현대자동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 데이’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다만 자체 개발 기술인 ‘아트리아 AI’를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3년 뒤인 2029년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급속히 진화하는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 기술 방향은 '다소 더디더라도 안전한 차를 만든다'는 쪽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은 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회사 분위기가 상당 부분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송 전 사장이 사퇴하면서 불거졌던 그룹 내부 갈등과 자율주행 기술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있던 상황을 박 사장이 빠르게 수습해 개발역량을 결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포티투닷 직원 A씨는 “박 사장이 송 전 사장보다는 만 배는 낫다”며 “보고하면 피드백이 오고, 변화가 생기는 것이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송 전 사장이 퇴사했던 당시에는 “실무자가 충언을 하면 리더한테 저성과자로 낙인 찍히고, 그렇게 회사를 나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자율주행 개발에서 라이다 센서가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이 입력해 놓은 교통 규칙 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룰 베이스’(Rule Base) 방식을 활용할 것인지, 인공지능(AI)이 학습 데이터를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을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해왔다.
명확한 방향성을 정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기술 개발 방식을 놓고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은 룰 베이스 기반, 테슬라는 엔드투엔드 기술 방식의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포티투닷 본사에서 열린 자율주행 미디어데이에서 경쟁사 자율주행 기술이 E2E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E2E를 기본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이 강조해 온 안전을 위해서 자체 개발한 VLA(Vision-Language-Action) 기술을 접목시키기로 했다.
기존 E2E 모델이 주행 입력을 차량 운전으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에 비해 VLA는 언어 기반 상황 이해와 추론 과정을 더해 판단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안전성 측면에서 E2E보다 높은 수준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인 것이다.
| ▲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아트리아 AI’를 적용한 자율주행차가 갓길에 주차된 지게차를 인식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 양산 시기가 너무 늦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트리아 AI를 활용한 주행 영상을 보니 빠르게 내놔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아쉽다”는 취지의 의견이 여럿 올라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엔비디아가 보유한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차종에 선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을 활용한 기술을 먼저 내놓고 그동안 자체 기술을 개발해 시장 격차를 줄일 것으로 기대됐다.
빠르면 올해 안에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엔비디아와 협업한 소프트웨어중심차(SDV)는 2028년 상반기에나 출시하기로 했다.
자체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는 2029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테슬라가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했고,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상용화 시기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또 중국 자동차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경쟁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2~3년 뒤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그룹이 그 때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해서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술 개발 속도보다 '안전성'이 결국 시장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VLA 말고도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안전성을 높일 만한 여러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다”며 “2년 후에 엔비디아와 협업해 내놓는 자율주행도 안전성을 높여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카메라만 활용하는 테슬라의 E2E 방식은 악천후 등에서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이미 모셔널로 라이다 센서를 활용해 안전을 높이는 데 집중해 온 만큼 안전성에서 차별점을 가져간다는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나 구글 웨이모와 달리 레거시(기성)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안전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라이트 버전만 해도 안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많은 것을 보면 현대차그룹의 개발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테슬라 등이 늘 혁신을 추구하면서 빠르게 치고 나가려는 성향을 가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차그룹도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나라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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