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자체 사업의 성장과 태광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데 그 중심에 애경산업을 놓고 있다. 동성제약과 화장품 신설법인 '실'의 역량을 결합해 뷰티 사업의 시너지를 내는 데 애경산업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사진)가 태광그룹 내에서 자체 사업의 성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와 협업을 동시에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애경산업>
다만 애경산업이 이제 실적 반등의 불씨를 살린 단계라는 점에서 자체 사업의 정상화와 더불어 계열사 협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김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태광그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애경산업은 함께 그룹에 편입된 동성제약과 제품 및 유통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올해 1월 태광산업 산하에 화장품 자회사 실을 출범한 데 이어 2월 애경산업, 5월 동성제약 인수를 잇달아 마쳤다. 태광산업은 앞서 애경산업 인수를 추진하면서도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성제약을 약 16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동성제약은 의약품 원료와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그룹의 뷰티사업을 피부과학(더마)과 헤어케어 분야로 넓히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7월부터 동성제약과 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서로의 제품군과 판매망을 연계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샴푸·헤어케어 사업과 동성제약의 염모제 사업을 연계하거나 각자 보유한 영업망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경산업이 중장기적으로 태광산업의 화장품 자회사 '실'과 협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은 출범 당시 화장품 브랜드의 개발과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로 소개됐다. 6월 처음으로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사핀'을 선보이며 3040세대를 겨냥한 원료 중심의 브랜드로 사업 방향을 구체화했다.
현재 애경산업과 실 사이에는 구체적 협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다. 실은 애경산업과 별개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으며 아직 두 회사 사이에 사업상 접점도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실은 애경산업과 주력 제품군이 달라 현재 독립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협업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 향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태광산업이 발표한 기업설명 자료를 보면 중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역량을 연계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기업설명 자료에서 동성제약(원료·연구개발) → 애경산업(제품개발·제조) → 실(브랜드·유통)로 이어지는 사업 모델(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각 회사가 보유한 역량을 연계해 제품 개발부터 브랜드 육성, 판매까지 뷰티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태광산업은 올해 1분기 기업설명 자료(사진)에서 동성제약(원료·연구개발) → 애경산업(제품개발·제조) → 실(브랜드·유통)로 이어지는 사업 모델(밸류체인)을 구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태광산업>
애경산업이 세 계열사 가운데 화장품 연구개발과 생산, 브랜드 운영, 국내외 유통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당장 직접적 협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애경산업의 성과가 실의 사업 및 투자 방향을 구체화하는 데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애경산업이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에 역량을 분산할 만큼 자체 사업이 안정된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경산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530억 원, 영업이익 29억 원을 거뒀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83% 줄었다.
물론 긍정적 지점도 있다. 2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매출 1942억 원을 거뒀고 영업이익도 45억 원을 내며 직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사업에서도 성장의 신호가 나타났다.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에서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확대한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애경산업으로서는 해외 유통망 확대와 전략제품 육성, 마케팅 투자를 지속해 이러한 외형 성장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자체 사업의 성장세를 굳히는 동시에 동성제약과의 협업을 구체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실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살피는 일이 김 대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동성제약과는 약국 영업망과 애경산업의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헤어케어 분야가 유력하지만 최근 이종 분야의 협업도 다양한 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열어두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