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지방이전 다시 수면 위로, '내부출신' 박상진·황기연·장민영 공통 과제 안았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6-08-03 15:14:23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3대 국책은행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각 은행 노조는 지방이전 반대를 위한 공동행동을 예고하면서 선제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 (왼쪽부터)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생산적금융 정책 추진과 동시에 조직 내부 안정을 챙겨야 하는 공통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취임 1년차 본격적 경영행보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날 상황에 놓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노조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에서 지방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연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산업노조 산하 ‘지방이전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국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별도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집회를 추진한다.
지난 주 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가 주도한 지방이전 반대 광화문 집회에 4천 명이 모였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집회에도 수천 명의 노조원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집회에는 국책은행 노조원 2천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과거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국책은행들을 서울에 남아야 할 기관으로 평가해 분류했던 이유가 분명한데 또 다시 논의가 불거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실무적 논의를 상당부분 마무리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관련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 이전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앞서 한 방송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가능하면 8월, 늦어도 9월까지는 윤곽을 마련해 대통령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도 뿌리는 수도권 집중에 있다”며 “지방분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고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이전하는 사업도 곧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힘을 실었다.
국책은행들은 역대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 때마다 핵심 대상으로 반복해서 거론돼 왔다.
이번에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부산과 대구, 전주, 나주 등 지역으로 이전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책은행들은 특히 정부 정책과 직접 연결된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NH농협금융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보다 이전이 현실화할가능성이 높다는 긴장감이 크다.
각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금융산업 육성을 앞세워 국책은행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각 은행 내부 직원들은 정부가 발표할 2차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 노조가 똘똘 뭉쳐 공동행동에 나서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각 기관장의 경영부담도 현실화되고 있다.
세 기관장은 모두 내부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책은행은 관료 출신 인사가 수장을 맡을 때도 많았는데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세 명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내부 출신 수장은 보통 내부 조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더군다나 이들은 취임 때부터 노조로부터 정치권에서 철마다 되풀이되는 지방이전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자칫 정부 편에 서서 지방이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외부 출신 수장 때보다 내부 신뢰를 더 잃기 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은행 설립 뒤 71년 만에 ‘첫 내부출신’ 수장이다. 30년 넘게 산업은행에서 재직하면서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을 지냈다.
산업은행 노조는 2025년 9월 박 회장이 차기 수장에 제청된 뒤 바로 성명서를 통해 “첫 내부출신 회장은 ‘진짜 리더’가 돼야 한다”며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완전 철폐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시 노조와 큰 충돌 없이 취임해 조직을 이끌어왔다.
산업은행은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 이전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후유증을 겪은 기관으로 꼽힌다. 외부출신 회장 체제에서 조직 내부의 격렬한 반발로 장기간 노사갈등이 이어졌고 핵심 인력 이탈도 이어졌다.
첫 내부출신 이름표를 단 박 회장에게는 조직 안정에 관한 기대와 부담이 더욱 크게 쏠릴 수밖에 없다.
▲ 전국금융산업노조가 5월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IBK기업은행 이전 공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장민영 기업은행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총액인건비 제도에 따른 미지급 수당 문제를 놓고 노조와 대립하며 조직 안정의 중요성을 이미 경험했다.
장 행장은 행장 임명 뒤 23일이 되도록 노조의 저지로 출근도 하지 못하다가 임금 문제에 관한 합의를 거친 뒤에야 올해 2월 정상적으로 취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지방이전 문제는 겨우 봉합한 노사 갈등에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수출입은행도 지방이전 논의가 구체화하면 황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금융 관련 여러 경영과제를 비롯한 조직 운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노조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이 정책금융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전문인력 유출과 업무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책은행들이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와 중소·중견기업과 수출입기업 지원, 모험자본 활성화 등 생산적금융 전환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올해 6월 지방선거 뒤 성명서에서 “금융기관의 강제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이 아닌 국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정책금융은 산업정책과 기업금융, 자본시장, 외환·수출금융, 중소기업 지원과 실시간으로 연결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