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7-23 15: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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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온라인 패션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왼쪽)과 최혜원 대표가 6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의 이탈리아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한 모습. <패션그룹형지>
[비즈니스포스트] 형지I&C가 최근 추진한 유상증자를 놓고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과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의 책임경영 의지가 실종됐다는 부정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형지I&C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신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가운데 최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대부분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서 부담해야 할 투자금을 일반주주들에게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형지I&C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44억2680만 원을 조달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280만 주다. 기존 발행주식 429만6262주의 65.2%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최병오 회장은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가운데 약 5%만 직접 행사했다. 최 회장은 기존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에 비례해 신주 41만2001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배정받았으나 실제로는 95%를 포기한 2만600주만 인수하기로 청약했다.
나머지 신주인수권 39만1401주는 주당 30원에 장외 매도했다. 사실상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형지I&C가 유상증자와 관련한 신주 최종 발행가격을 1581원으로 확정한 것을 적용하면 최 회장이 청약에 투입한 금액은 약 3257만 원이다. 배정 물량을 모두 인수한다면 필요했던 자금은 약 6억5137만 원이다.
최 회장의 딸인 최혜원 대표도 배정받은 신주인수권 4만561주 가운데 절반인 2만280주만 청약했다. 최 대표가 납입한 청약대금은 약 3206만 원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과 최 대표가 이번 유상증자에 직접 투입한 금액은 모두 약 6463만 원이다. 형지I&C가 조달한 전체 금액 44억2680만 원의 약 1.5%에 불과하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이들이 보유한 형지I&C 지분율은 최 회장 14.70%, 최 대표 1.45% 등 16.15%다. 대주주로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과 유상증자에 기여한 비율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했다.
최 회장과 최 대표가 직접 인수하지 않은 신주의 납입대금은 신주인수권 매수자와 다른 기존 주주, 일반공모 참여자가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구주주 청약에서는 전체 신주 280만 주 가운데 165만3311주가 청약돼 청약률 59.05%를 기록했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물량이 142만2170주, 배정 물량을 넘어 추가로 신청한 물량이 23만1141주였다.
구주주 청약에서 채워지지 않은 114만6689주는 일반공모로 넘어갔다. 일반공모에는 모집 물량의 3.28배인 376만1600주의 청약이 접수돼 남은 신주가 모두 소화됐다.
오너 일가가 신주인수권 배정 물량의 약 5%만 직접 인수한 상황에서 신사업 추진에 따른 자금 부담은 다른 주주와 일반공모 투자자에게 더 크게 돌아간 것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의 참여율은 회사 정상화와 신규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면 회사의 사업계획을 신뢰하고 주주와 위험을 나누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반대로 참여율이 낮으면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도 추가 자금 투입은 최소화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실제 과거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는 지배주주의 직접 참여가 시장 신뢰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016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 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SDI와 삼성물산도 보유 지분율에 따라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청약하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형지I&C는 기업 규모와 증자 목적이 달라 참여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배주주의 유상증자 참여가 사업계획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오너 일가의 이번 행보를 놓고 형지I&C가 향후 유상증자로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 형지I&C가 패션 브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형지I&C가 운영하는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왼쪽)와 남성 캐주얼 브랜드 '본'. < 형지I&C >
형지I&C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온라인 전용 남성복 브랜드 ‘볼디니’ 출시에 투입한다. 볼디니는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최 대표가 추진하는 신사업이다.
형지I&C는 애초 신주 발행가격을 주당 4670원으로 예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130억7600만 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80억 원은 볼디니에 투자하고 50억7600만 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최종 발행가격이 1581원으로 낮아지면서 모집액은 44억2680만 원으로 줄었다. 이에 형지I&C는 차입금 상환 계획을 철회하고 조달자금 전액을 볼디니 출시에 투입하기로 했다.
애초 80억 원을 넣으려던 것을 44억 원밖에 못 넣게 되면서 향후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볼디니 육성에 추가 자금이 필요해져 다시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된다면 이때 오너 일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오너 일가가 충분한 책임경영에 무게를 두기보다 다시 일반주주와 외부 투자자에게 자금 조달을 의존한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형지I&C가 유상증자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 나선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형지I&C는 2024년 영업손실 5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영업손실이 70억 원으로 확대됐다. 2026년 1분기에도 영업손실 13억 원을 내며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형지I&C 관계자는 "최병오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의 재무적 지원을 이행하고 있다"며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 그룹 차원의 경영지원 등 직간접적 재무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유동성 여건을 감안해 청약 참여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