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2월에 정부가 발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나타낸 도표. <녹색전환연구소>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를 막을 수 있는 안정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녹색전환연구소는 13일 발표한 이슈브리프 ‘한국 전환금융, 녹색으로 향하는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아세안 등 어느쪽과 비교해도 다른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부실한 전환계획을 제대로 거를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형 활동 기준 접근(K-택소노미 기반)과 일본형 기업 경로 기반 접근(전환전략 기반)을 결합한 혼합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전환연구소가 설계를 살펴본 결과 한국의 가이드라인은 어느 한쪽의 핵심 원칙도 충실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은 사전에 설정된 정량 기준과 무해원칙을 통해 전환 적격성을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신뢰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국제자본시장협회 4대 요소의 전체 충족을 원칙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두 트랙을 병렬로 허용하면서도 어느 경로에서도 실질성을 담보할 공통 기준을 마련해놓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전환금융이 실제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혼합모델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연성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어느 국가도 선택하지 않은 방식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하게 우려된 부분은 기업의 전환의지 선언만으로도 전환금융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에 충족된다는 점이다.
외부 경로 채택 확인서 제출 또는 자체 전환계획 수립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전환금융 적격이 인정된다. 세부 실행계획이 없어도 전환의지 3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녹색전환연구소는 기업 전환전략의 기반이 되는 업종별 감축 로드맵 수립 권한을 기후에너지환경부 또는 녹색 전환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재편할 것으로 촉구했다.
또 전환전략의 기준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우선’이 아닌 파리협정 목표 부합 원칙에 근거해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 연구원은 “전환금융이 ‘징검다리’가 아닌 형식적인 이름표로 소비될 위험이 작지 않다”며 “전환금융의 신뢰성은 제도를 만든 정부가 그 제도를 얼마나 충실하게 보완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